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둘러싼 '당원 게시판' 논란이 여권 내 갈등 불씨로 크게 확산하고 있다. 한 대표가 본인 가족의 연루 여부에 대해 2주 넘게 해명을 피하고 있는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는 "사실관계 확인을 못 할 이유가 있느냐"며 당 지도부를 몰아붙이고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일가족 명의로 당 커뮤니티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이 다수 올라왔다는 의혹을 골자로 한다. 해당 의혹이 처음 알려진 지난 5일 이후 친윤계는 여론 조작설 등을 제기하면서 당무 감사를 공개 요구했으나, 한 대표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의 행위라고 일축했을 뿐 가족 관련 질문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친윤계 다수 인사는 한 대표의 소극적인 태도를 연일 지적하면서 비판 여론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4·10 총선을 지휘했던 때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시절 당시 불거진 대내외적 공세에 즉각적 대응으로 응수한 것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매사 똑부러진 한동훈 대표는 어디로 갔나"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여당은 당원 게시판에 발목이 잡혀 쇄신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대표로서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지면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은 전날 "한 대표 본인이 당당하지 못하고서야 우리 당의 변화와 쇄신을 어떻게 주도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예컨대 명의도용 혹은 동명이인이라면 그냥 조사해서 밝히면 되는 것"이라고 조속한 문제 해결을 주문했다.
그러나 '친한(친한동훈)계' 내부에서는 이같은 요구가 '내부 총질'이라며 불편해하는 기류다. 한 대표는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반대파의 정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지도부 당직자는 "한 대표가 예전 당대표 후보 시절과 달리 친윤계의 흔들기에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른 측근들에게도 '걱정할 일 없다', '작성자가 가족이 아니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걸 들었다"고 언급했다.
친한계 핵심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이 끝나도 다른 의혹이 불거질 것"이라며 "당이 사람 귀한 줄 모른다. 당이 어려울 땐 아무 말도 안 하던 사람들이 변화와 쇄신을 하겠다는 데 목소리를 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친윤계의 압박에도 한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자 당 일각에선 '거야'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중립지대에 있는 한 여당 의원은 "당무 감사를 차치하고, 이런 문제는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고 가야 한다"며 "헤쳐나갈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갈등 소재가 되살아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사무처는 최근 한 대표와 가족들 이름으로 작성된 총 1068건의 게시물을 전수 조사한 결과 문제 소지가 있는 게시물은 12건에 그친다는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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