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명 ‘파우치 대담’으로 논란을 빚은 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임명안을 23일 재가했다. 이에 야권과 언론계 내부에선 ‘김건희 방송국’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에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례적으로 3일간 박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지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
이후 윤 대통령은 21일 박 사장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고, 국회의 응답이 없자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이후 KBS 야권 성향 이사 4명이 KBS를 상대로 “박장범 후보자에 대한 사장 임명제청 결의 효력을 정지하라”며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는 23일 이를 기각했다.
박 후보자 임명의 전제가 된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의 적법성이 주요하게 다퉈졌는데, 재판부는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범, 디올백 ‘파우치’ 언급에 사태 중대성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 받아
박장범 신임 사장은 올해 2월 7일 KBS에서 방영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단독 신년 대담 방송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야당으로부터 의도적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축소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아들의 위장 전입, 스쿨존 속도위반, 과태료 미납으로 인한 차량 가압류 등의 내용으로 비판을 받았다. 박 사장은 이에 “사실관계를 전부 인정한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야권에서는 박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임명을 반대했다 .
민주당 “KBS가 김건희 방송국으로 전락” 언론노조 “‘용산방송’도 모자라 ‘김건희 방송’으로 만들 주구”
야권의 반대에도 박 사장이 임명되자 민주당은 “KBS를 김건희 방송국으로 전락시켰다”며 비판의 성명을 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아첨 언론’의 새 지평을 연 박장범 씨의 KBS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 조만한 백’이라고 불러준 대가”라며 “인사청문회는 신경도 안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원내대변인은 “국회는 사흘에 걸쳐 실시된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 박장범의 왜곡된 언론관, 부적절한 주식거래, 세금 탈루, 아들의 위장전입, 스쿨존 속도위반, 과태료 미납으로 인한 차량 가압류 등을 밝혀냈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에게는 이미 김건희 여사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판단뿐이었던 듯이 예정된 현장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임명안 처리를 해버렸다. 김 여사가 보채기라도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원내대변인은 “모든 언론이 ‘명품백’이라는데 가격도 숨기고 ‘고가’라는 표현도 못한 채 굳이‘파우치’로 불렀다”며 “‘조만한 백’이라는 설명까지 붙여 의미 축소에 급급했다”고 강조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또한 “‘대통령의 술친구’로 불리는 박민 사장이 KBS를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시켰다면 ‘파우치 박’ 박장범 사장 체제의 출범은 KBS가 김건희 방송임을 선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Kimkeonhee Broadcasting System’을 다시 국민의 방송 KBS로 되돌려 놓겠다”고 정리했다.
언론노조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언론노조는 윤 대통령의 박 사장 임명안 재가 직후인 24일 성명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이 ‘파우치’ 박장범을 기어이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며 “KBS를 ‘용산방송’도 모자라 ‘김건희방송’으로 만들 주구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노조는 “박장범이 사장이 된 데에는 올 2월 대통령과의 대담에서 김건희가 수뢰한 ‘명품백’을 ‘조그만 파우치’로 칭하며 대통령 부부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안에서 박장범 후보가 ‘자질과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고, 조직 내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는 낯뜨거운 미사여구를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박장범이 부적격자라는 점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KBS 위기극복을 위한 눈에 띄는 계획은 찾아볼 수 없어 본인이 왜 KBS 사장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청문회 막바지엔 ‘용산 내정설’까지 터져 나오면서 무자격, 부적격자인 것만 재차 확인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홍성규 수석대변인 또한 23일 논평을 내고 “이미 (박 사장은) 사흘간의 국회 청문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사장으로서는커녕 기본적인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됐다”며 “'대통령의 술친구'조차 밀어낸 '파우치 박' 박장범 임명은 오직 명품백을 '파우치, 조만한 백'이라 지칭하며 '윤석열-김건희 지키기'에 충성을 다한 대가”라고 박 사장의 임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홍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의 사장 자리가 대통령 부부에 대한 '아첨의 크기'대로 차례지는 이 참담한 현실에 분노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미 '박민 체제'에서 무너질 대로 무너진 '공영방송 KBS'는 박장범의 임명으로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윤석열-김건희 개인방송'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수석대변인은 “박장범 후보가 국회 청문회 도중 시전한 '답변 안하기 전략'은 그대로 우리 국민들에 의하여 '시청 안하기 전략'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진보당은 '윤석열 퇴진'과 함께 '국민의 방송 KBS' 또한 반드시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주장했다.
언총 “신임 박장범 사장 중심으로 위기 상황 헤쳐나가야”
반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은 박 사장의 임명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보였다. 언총은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22일의 다음날인 23일 성명을 내고 “당연한 결정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을 가까이 놓아두고 논란에 논란을 이어가는 우리의 현실이 사실 더 놀라운 것”이라며 “KBS는 신임 박장범 사장을 중심으로 무엇이 진정 공영방송 KBS를 살려내는 길인지 구성원의 의지와 열정을 최대한 모아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언총은 “그 첫걸음은 공영방송 독립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해온 민노총 언론노조 중심의 사내 정치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큰 혈맥이 뚫렸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또한 법원의 박장범 임명신청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 2인 의결의 합법성을 인정한 의미있는 판결을 환영한다”며 사실상 박 사장 임명에 찬성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논평을 내고 “행정부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면서 삼권 분립 정신을 위배하고 스스로 입법부의 권한까지 행사하여 지탄을 받았던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가처분 결정들을 뒤집는 속시원한 결정”이라며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법에서의 재적위원의 의미에 대해 ‘현재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특히 대법원 판례가 국회법에서의 '재적 위원'의 의미를 동일하게 해석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은 위법이라면서 법에도 없는 의사정족수와 재적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MBC의 정상화를 가로막은 일부 판사들의 일탈에 대해 준엄한 일침을 놓은 결정이었다”며 “이제 MBC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가처분결정과 서울고등법원 항고심 결정도 신속하게 대법원에서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장범 제27대 KBS 사장은 1970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1994년 KBS 20기 기자로 입사해 2023년 11월부터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다. 신임 사장이 된 박 사장의 임기는 박민 현 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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