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박주영(왼쪽)과 강원 양민혁이 23일 나란히 골을 터트렸다. 각자의 소속팀에서 고별전이 될 경기에서 최고의 마무리를 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보다 완벽한 마무리는 없다. 21세 터울의 두 축구천재가 팬들에게 최고의 작별인사를 건넸다.
울산 HD 박주영(39)과 강원FC 양민혁(18)의 이야기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1~6위)의 최종전(38라운드) 3경기가 일제히 펼쳐진 23일 나란히 골을 터트렸다. 각기 은퇴와 유럽 진출을 앞둔 사실상 고별전에서 거둔 ‘유종의 미’라 의미가 더욱 각별했다.
울산은 이날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1일 강원과 홈경기 2-1 승리로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만큼 이날 수원FC전을 보기 위해 울산문수경기장을 찾은 2만4000여 팬들과 리그 3연패를 자축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수원FC의 저항이 거셌다. 전반 4분 야고가 페널티킥 선제골, 후반 7분 김민준이 추가골을 넣었으나 정승원이 전반 42분과 후반 18분 잇달아 동점골을 뽑으며 축제의 희생양이 되기를 거부했다.
슈퍼스타는 위기에서 등장했다. 후반 28분 교체로 투입된 박주영은 10분 만에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진을 흔든 뒤 왼발로 아타루의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그리고 후반 44분 이청용의 왼발 크로스를 받아 쐐기골을 터트렸다. 2010년대 한국축구를 함께 수놓은 두 별의 합창에 힘입어 4-2로 승리한 울산은 21승9무8패, 승점 72로 올 시즌 리그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주영은 은퇴를 직접 선언하진 않았지만, 올 시즌을 끝으로 20년의 프로 여정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한 2005년 K리그 신인상을 수상하며 축구천재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후 AS모나코(프랑스)~아스널(잉글랜드)~셀타 비고(스페인) 등 유럽무대를 거쳤다. 2015년 서울로 돌아온 뒤 2022년부터 울산에서 플레잉코치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이날 1골·1도움으로 K리그 통산 101번째 공격 포인트를 쌓으며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췄다.
토트넘(잉글랜드) 이적을 앞둔 또 한 명의 축구천재 양민혁도 소속팀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12월 초 런던으로 건너가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인 그는 23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경기 전반 35분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강원은 2위(19승7무12패·승점 64)로 구단 사상 최고의 성적을 완성했다.
양민혁은 데뷔 시즌이라는 사실이 무색한 맹활약을 펼쳤다. 고교생 신분으로 올 시즌 12골·6도움을 올리며 K리그 최연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다 ‘이달의 영플레이어’ 선정(5회)도 그의 몫이었다.
강원에서 고별전을 치른 그는 “강원 팬들의 사랑을 기억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고, 윤정환 강원 감독은 “(양민혁은) 아들 같은 선수다. 많이 그리울 것 같다”며 제자의 앞날을 응원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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