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하죠”…위험천만 ‘심야 알바’ 내몰리는 모범운전자

“목숨걸고 하죠”…위험천만 ‘심야 알바’ 내몰리는 모범운전자

이데일리 2024-11-24 13:17:38 신고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밤에 차들 질주하는 거 보면 큰일 나겠구나 싶은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모범운전자들이 위험천만한 야간 교통정리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최근 장기 불황으로 택시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심야 알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새벽에 혼자 근무하다가 참변을 당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역 업체의 안전장비 의무 제공과 더불어 야간 근무 시 2인 1조 체제를 제도화하는 법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20일 서울 노원구 노상에서 한 근무자가 혼자서 교통정리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모범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들이다. 모범운전자들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달 회당 2시간씩 4회 이상 교통정리 관련 자원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개인택시 3부제(이틀 근무 뒤 하루 휴무)가 운영되던 시기엔 쉬는 날 자원봉사를 하는 게 보통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3부제가 해제된 이후 택시 업계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모범운전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의무 교통봉사에 시간을 할애하면 소득이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결국 많은 모범운전자들이 교통봉사 시간만큼의 소득을 벌충하려고 교통정리 아르바이트(알바)에 나서고 있다.

유홍선(65) 김포모범운전자회 지부장은 “하루에 2시간씩 봉사하는 게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이지만 준비하는 시간부터 다 합치면 어쩔 땐 반나절 걸린다”며 “요즘 모범운전자 회원들 대부분은 일당 채우려 건설사 교통정리 알바에 나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급을 몇천 원이라도 더 주는 야간 알바는 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지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모범운전자들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늦은 밤에 혼자 아르바이트에 나서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난 1일 서울 노원구에서는 새벽 3시께 도로에서 교통정리 업무를 하던 60대 모범운전자가 만취 차량에 치여 숨지기도 했다. 유 지부장 또한 “3년 전 야간 교통정리 중 차에 부딪혀 전치 2달 치 부상을 당한 후엔 회원들도 야간 근무를 최대한 말리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들 목숨 걸고 하는 거 아니겠나”고 토로했다.

지난 8월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서 한 모범운전자가 혼자서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박동현 기자)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1인 근무’가 꼽힌다. 보통 위험 업무는 ‘2인 1조’로 운영되는데 모범운전자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는 건설업체에서 인건비를 쥐어 짜내다 보니 모범운전자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 혼자서 현장에 투입되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사망한 60대 모범운전자 역시 당시 혼자서 근무 중에 참변을 당했다. 아울러 용역업체에서 안전장구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곳도 많다. 이 때문에 모범운전자들이 개인적으로 이를 구매하거나 제대로 된 장구를 갖추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이렇게 운전자들이 위험한 근무 환경에 내몰려도 현행법상으로는 1인 근무를 방지할 법안이 없다. 위험 업무의 2인 1조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현행법상 2인 1조까지 강제할 순 없지만 불이 들어오는 경광등과 입간판 등 눈에 잘 띄는 안전장비라도 용역 업체에서 최소한으로 지원하는 건 필수사항으로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아람 변호사(법무법인 SC)는 “법적인 공백을 지우고 고용자에게도 경각심을 줘야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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