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8t급 '기상1호', 오호츠크해·필리핀·인니 근해까지 전천후 활동
풍랑주의보 내려지면 발 묶여 '소형 한계'…동시관측, 대양·태풍관측 어려워
3천t급 '기상2호' 도입 추진 중…2년 뒤에야 예산확보 계획
(서귀포=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기상관측선은 총 몇 대일까. 정답은 '1척'이다. 그것도 소형 선박이다.
20일 찾은 서귀항(제주 서귀포시)에 정박한 기상관측선 '기상 1호'는 어선들 사이에선 제법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 대학의 학생실습선이나 화물선이 지날 땐 사뭇 초라해 보였다.
2011년 5월 취역한 기상 1호는 총톤수가 498t인 소형 선박에 해당한다.
선박을 분류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보통 총톤수 500t 미만은 소형, 500t 이상 2천t 미만은 중형, 2천t 이상은 대형으로 본다.
소형 선박인 기상 1호에 주어진 임무는 많다.
북쪽으론 오호츠크해, 남쪽으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인근 바다까지가 활동 구역으로 이곳에서 일기예보와 기후변화 감시에 필요한 각종 관측작업을 수행한다.
기상관측선이라 해수 온도나 염분농도 등 바다와 관련된 관측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서해에선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장거리 이동 오염물질을 관측하기도 하고 단층이 발달한 동해에선 이동식 해저 지진계를 설치·회수하는 일도 한다.
지금도 바쁘지만, 기상 1호 역할은 늘면 늘었지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 주변 바다가 '기후변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해수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도 상승해 세계 바다 평균(0.6도 상승)과 비교해 상승 폭이 2.5배나 됐다. 한국 연안 해수면 높이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2.97㎜씩 올랐는데, 이는 세계 평균 상승 폭의 2배 이상이다.
기상 1호를 이끄는 류동균 선장은 관측 중 기후변화를 체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아주 많다"라고 했다. 그는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비롯해 해파리가 엄청나게 많아지고 우리나라 연안까지 올라오는 데, 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상 2호'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상 1호는 규모가 작아 '풍랑주의보'가 내려지는 유의파고 3m 이상인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출항할 수 없다.
예보는 위험기상현상이 발생했을 때 가장 정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이 선행돼야 하는데, 관측을 수행할 기상 1호는 위험기상현상이 발생했을 때 항구에 묶여있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여름철 우리나라 날씨를 좌우하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태풍 관측도 어렵다.
북태평양고기압을 관측하려면 대양에 나가야 하고, 태풍을 관측하려면 태풍이 오는 길목인 필리핀 주변 해역에 부이를 설치해야 하는데 소형 선박인 기상 1호가 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류 선장은 "기상 1호로는 태평양 한가운데로 나갈 수 없다"면서 "오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피항도 어려워 9∼10m 높이 파도에도 견뎌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기상관측선이 1척에 불과해 서해, 남해, 동해에서 '동시 관측'이 불가능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나라 주변 날씨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3천t급 기상 2호선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올해 시작했다.
올해 기획연구를 진행하고 내년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그 후년에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그때까지 기상 1호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인력 부족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선박을 운용할 때는 인원을 최소 2개 조로 구성해 배가 나갔다가 들어오면 승무원만 바꿔 다시 출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용 시간을 최대화한다.
하지만 기상 1호는 18명의 승무원이 1개 조로만 편성돼있다.
류 선장은 "해경 등은 우리나라 주변 바다를 4개 구역으로 나눈 뒤 구역별로 선박을 배치해 집중적으로 활동한다"며 "서해, 남해, 동해를 기상 1호 혼자 도맡다 보니 운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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