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발생한 중독 사건으로 네 번째 관광객이 사망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치명적인 물질 메탄올이 섞인 음료를 섭취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주 소녀 비앙카 존스(19세), 미국인 남성, 덴마크 여성 두 명(19세와 20세)이 지난주 사망했으며 이들의 죽음은 현재 조사 중이다.
필리핀에서 페루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집단 중독 사건이 보고됐다.
올해 초 인도에서는 메탄올이 섞인 술을 마신 후 최소 57명이 사망했다.
"그날 저와 함께 술을 마셨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었어요. 저는 살아남을 줄 몰랐어요."
인도에서 독성 알코올을 우발적으로 마신 사티아라는 젊은 여성의 말이다.
무루간은 같은 술을 마시고 치료를 받았다.
"저를 살려주신 의사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살아남을 줄 몰랐어요. 의식을 잃고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사티아와 무루간은 남인도 타밀나두주에서 메탄올이 섞인 알코올을 섭취한 219명 중 한 명으로, 지난 6월 병원에 입원했다.
"저는 20년 동안 술을 마셔왔습니다. 병원에서 보낸 매일이 1년 같았어요. 이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겁니다."
무루간은 BBC Tamil에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타밀나두에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들도 자신들이 독극물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약 900명이 가짜 알코올 섭취로 사망한다고 '국가 소비자 권리 연합'은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 2020년에만 44명이 독성 알코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앞서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는 집에서 만든 술을 마신 후 최소 45명이 사망했다.
메탄올
이러한 사례 대부분은 메탄올과 관련이 있다. 메탄올은 문샤인, 후치와 같은 불법 알코올 제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독 물질이다.
메탄올은 양조 과정에서 생성되며 증류 과정을 통해 농축된다.
상업 제조업체는 이를 인체 섭취에 안전한 수준으로 낮춘다.
그러나 밀주업자들은 값싼 가정용 술을 강화하기 위해 페인트와 바니시에 사용되는 공업용 메탄올을 종종 첨가한다.
이 유독성 화합물은 소량만 섭취해도 실명, 간 손상,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오슬로 대학교와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설립한 메탄올 중독 이니셔티브(MPi)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60건의 메탄올 관련 사건이 보고되었으며 이로 인해 309명이 사망했다.
메탄올 중독 증상
산업용 메탄올을 소량이라도 섭취하면 매우 위험하다.
영국 공중보건국에 따르면 메탄올 증기를 들이마시거나 섭취하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혼수상태
- 경련
- 신경계 손상
- 실명
- 사망
타밀나두주 푸두코타이 정부 의료대학 병원의 아무투 박사는 메탄올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설명했다.
"메탄올로 인해 산이 신장에서 축적되면서 소변 흐름이 막히고 염분 함량이 증가해 신부전으로 이어집니다."
실명
메탄올은 중추 신경계의 일부를 급성 파괴하여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영국 안과 저널》에 발표된 연구는 경고한다.
심지어 가장 발달된 의료 시스템도 불법 알코올을 마신 환자의 시력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2012년 BBC 뉴스에 따르면 링컨 카운티 병원의 컨설턴트 비카스 소디왈라는 현기증, 메스꺼움, 복통, 구토, 흐릿한 시력으로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들이 가게나 중고 시장에서 음료를 샀다고 말했다.
"메탄올은 눈 뒤쪽의 시신경을 공격할 수 있어요. 이는 사람의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일부 경우에는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설명했다.
글로벌 현황
메탄올 중독은 전 세계적으로 취약 계층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종종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메탄올 중독 이니셔티브(MPi)는 전했다.
브랜드 술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더 저렴한 가정용 알코올은 저소득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011년 인도 동부 벵골주에서는 170명이 사망했으며 2009년 구자라트에서는 100명이, 2015년 뭄바이에서는 또 다른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2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1명의 십대가 사망했는데, 이들의 시신에서 메탄올이 검출됐다.
알코올 금지
술 소비는 일부 무슬림 국가에서 하람(금지된 것)으로 여겨져 금지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무슬림 국가에서 불법 음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종교적 금기로 인해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4년 파키스탄 신드주에서는 오염된 알코올을 마신 결과로 최소 40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알코올 소비가 높은 외국의 바와 관광지에서 음주하는 관광객도 메탄올이 섞인 음료를 마실 위험이 더 크다.
유독성 알코올 음료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국가에 상관없이 불법 알코올 판매업자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국제 경찰 기구 인터폴은 믿을 수 있는 판매업자에게서 구매하라고 권장한다.
"제품이 정상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거나 혹은 주류에 부과되는 일반 세금을 포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면 가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징후에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포장이 조잡하거나 철자 오류가 있거나 병 모양이 평소와 다릅니다."
그리고 상식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술에서 페인트 희석제나 매니큐어 제거제 냄새가 난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더 고급스러운 매장조차도 의도치 않게 유독성 음료를 판매하고 있을 수 있다.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의 음식 평론가 오페예미는 포트하커트 수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가짜 위스키를 마신 후 심각하게 아팠다고 BBC에 전했다.
"맛이 이상하긴 했지만 파티를 하고 있을 때는 신경 쓰지 않죠. 그런데 저는 그 뒤로 5일 동안 심각하게 아팠어요." 그는 말했다.
그가 자신의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후 많은 사람들이 가짜 알코올과 관련된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가짜 술"이 만연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유한 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범죄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리스
2016년 8월 한나 파월은 그리스 잔테(Zante)에서 친구들과 바 크롤링(bar crawling) 후 구토를 하며 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숙취가 아니었다.
23세였던 그녀는 치명적인 메탄올이 섞인 보드카를 마셨고 이로 인해 신장이 멈추고 실명하게 되었다.
"소위 마피아 갱단들이 숲에서 술을 만들어 바에 싸게 공급한다더군요. 바들은 그것으로 재고를 채우고요"라고 그녀는 2019년 BBC 뉴스비트(Newsbeat)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9년 발리에서는 또 다른 25명이 메탄올이 섞인 팜 와인을 마시고 사망했으며 이 중 4명은 외국인이었다.
"일어났을 때 불이 켜져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공포에 빠졌어요. 그때 제가 실명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러시아
과거 러시아에서는 가짜 보드카가 식료품점에 쉽게 유통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알코올의 절반가량이 가짜일 정도였다.
2023년에는 "미스터 사이더(Mister Cider)"라는 알코올 음료를 마신 후 러시아 여러 지역에서 30명이 사망했다. 이 음료는 슈퍼마켓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올해 초 러시아 정부는 알코올 생산자를 위한 허가 규정을 강화해 신뢰할 수 있는 제조업체만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리랑카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 알코올 생산이 환경과 야생동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야생동물 관리원들은 불법 알코올 제조에 사용된 배럴에 코가 끼어 있는 코끼리를 구조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밀수업자들이 자신들의 불법 알코올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정글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코끼리를 죽인다고 비난한다.
메탄올과 에탄올의 차이점
에탄올과 메탄올은 연료 및 용매로 사용되는 알코올 유형이다.
에탄올은 값비싼 화학 물질로 맥주, 와인, 증류주와 같은 알코올 음료에도 포함되어 있다.
에탄올 섭취는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일시적이다.
반면 메탄올은 약간의 알코올 냄새가 나며 저렴하지만 독성이 매우 강하고 섭취에 부적합하다.
역사적으로 이 동결 방지 화학물질은 나무를 증류해 제조됐으며 '목재 알코올(wood alcohol)'로도 알려져 있다.
BBC 월드 서비스 및 BBC 뉴스 타밀, BBC 뉴스 아시아, BBC 뉴스 페르시아, BBC 뉴스 아프리카, BBC 뉴스 러시아, BBC 뉴스비트, BBC 뉴스의 기여로 작성된 기사.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