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완화가 장기적으로 국민소득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 최대 수준인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을 통해 우리 경제와 증시의 활력을 제고해야한다는 의미다.
24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0.06%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해당 조사는 OECD 38개국의 1965~2022년의 58개년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상속세수의 변화가 1인당 GDP에 미치는 효과를 추청해 산출했다.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하면 1인당 GDP가 장기적으로 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는데 상속세 과세체계(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가 가장 마지막으로 개편됐던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상속세수의 연평균 증가율(12.7%)이 10%를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수의 변동이 우리나라의 1인당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상속세는 자원의 효율적인 이전을 저해해 국민,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한경협 측 분석이다.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수의 변화가 국가 증시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0.6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상속세가 기업의 승계 과정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상속세가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상속세 폐지가 지니계수에 미치는 효과는 약 -0.02%p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클수록 경제의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인데, 추정치의 단순 크기 보다는 부호가 음수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상속세 과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불투명하며, 상속세를 완화하더라도 소득 불평등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한경협 측 설명이다.
한경협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가 경제와 기업 가치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상속세제의 검토 및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 인하는 2000년 과세 체계가 24년간 개편되지 않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유산세 → 유산취득세 전환)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대기업 포함) 등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편 당도 요구했다.
지인엽 교수는 "상속세가 타당하려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국가가 상속세로 징수해 그 재원을 경제에 효율적으로 재투자하거나, 상속세 취지에 맞게 소득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자원의 효율적인 이전을 위해 해외 주요 선진국처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