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전통제약사들이 저마다 3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희비를 가른 ‘키’로 ‘해외시장 성과’가 지목된다. 신약이 나라밖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며 호실적을 거둔 기업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주춤한 기업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 GC녹십자,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등 이른바 ‘5대 전통제약사’들은 잇달아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은 실적이 상승하며 반가운 성적표를 얻었지만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5대 전통제약사들의 엇갈린 실적의 배경에는 ‘해외시장 성과’가 있다.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신약으로 해외에 진출한 뒤 3분기 들어 성과가 실적에 속속히 반영되는 양상이다. 반면 한미약품과 종근당은 늘어난 R&D 비용으로 지표상 성과가 좋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비록 3분기 들어 한미약품과 종근당의 수치상으로 아쉬운 성과를 기록했지만 전망 자체가 비관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R&D 비용의 증가가 실적 하락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4분기 들어서는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먼저 ‘유한양행’은 3분기 연결기준 실적으로 매출 5987억원, 영업이익 475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5188%나 폭증했다. 별도기준으로도 매출은 24.8% 오른 5851억원, 영업이익은 690% 오른 544억원으로 견조한 분위기는 동일했다.
이들의 호조 핵심은 ‘렉라자’였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판매를 개시하는 단계에서 약 831억원의 마일스톤을 받으며 이익을 크게 개선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2018년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GC녹십자’는 연결기준 3분기 실적으로 매출 4649억원, 영업이익 4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20.8%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지난 1·2분기 암울한 실적으로 거두며 침체된 분위기였으나 3분기 들어서는 실적을 개선하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분위기 전환의 일등공신으로는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꼽힌다. 알리글로의 판매 개시에 따른 실적 개선과 독감백신·헌터라제 등의 기존 사업 매출 증가가 합쳐지며 이익이 상승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알리글로는 지난 7월 초도물량이 출하되며 미국에서 판매가 본격화됐다.
‘대웅제약’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3584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 올랐다. 순이익은 284억원이다. 별도기준으로는 매출 3159억원, 영업이익 411억원이다. 각각 4.26%·20.3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웅제약의 호실적에는 ‘나보타’가 있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미국에서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보타는 전 세계 톡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 미용 시장 분야 매출 2위를 지켜내며 ‘메이저 톡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연 누적매출은 1376억원에 달한다.
반면 ‘한미약품’은 3분기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3621억원, 영업이익 510억원, 순이익 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11.4%, 42.3% 감소한 수치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실적을 기대하던 지난 1·2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들의 실적 악화 배경으로는 ‘R&D 투자’가 지목된다. 한미약품은 3분기 R&D 부문에 매출의 15.1%에 해당하는 548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금액이다. 여기에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의 영업일수 감소와 현지 자연재해도 실적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종근당’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종근당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 252억원, 영업이익 40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동안 52.5%나 줄었다. 누적 매출·영업이익도 각각 0.1%·36.5% 줄어든 1조1469억원·803억원이다.
전망치를 밑돈 실적이 나온 데는 ‘R&D’와 ‘매출공백’이 언급된다. 3분기 R&D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2% 늘어난 가운데 HK이노엔과 공동판매하던 P-CAB(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부재가 실적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에는 해외에서 자사 파이프라인의 결실이 미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도 “한미약품은 일회성 요인의 영향을 받았고 종근당은 대웅제약과 펙수클루 공동판매를 시작한 만큼 4분기 들어서는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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