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키이우] 방공호 교실 가보니…전쟁통에도 배움은 계속

[여기는 키이우] 방공호 교실 가보니…전쟁통에도 배움은 계속

연합뉴스 2024-11-24 08:00:00 신고

포격 딛고 일어선 '키 스쿨' 교장 "부족함 전혀 없는 교육 위해 최선"

군인·가족 심리지원 단체 "전문 역량 보유 자원봉사자 갈수록 늘어"

인터뷰하는 예피멘코 베로니카 '키 스쿨'(Key School) 교장 인터뷰하는 예피멘코 베로니카 '키 스쿨'(Key School) 교장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립학교 '키 스쿨'(Key School)의 예피멘코 베로니카 교장이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오전 키이우시의 순환 정전으로 2시간가량 학교에 전기가 끊겼고, 베로니카 교장은 자연광이 들어오는 회의실에서 촬영에 응했다. prayerahn@yna.do.kr 2024.11.22.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전쟁 중에도 부족함이 전혀 없는 교육을 하는 게 저희 목표이고 사명입니다"

22일(현지시간) 오전 키이우 서쪽 외곽 아파트 단지에 있는 사립학교 '키 스쿨'(Key School)에는 정전이 발생했다.

나흘 전 러시아의 공습으로 키이우 일대에 전력을 공급하던 에너지 기반시설 곳곳이 부서진 탓이다. 키이우시는 시설이 복구되기까지 순환 정전을 통해 전력난을 완화하기로 했고, 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자연광에 의지한 채 교실 수업은 진행되고 있었다.

교사와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외부에서 온 손님이 신기한 듯 힐끗 돌아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보였다.

키 스쿨 어린이들의 작품 키 스쿨 어린이들의 작품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립학교 '키 스쿨'(Key School)의 교실에는 저학년 어린이들의 미술 작품이 붙어 있었다. prayerahn@yna.do.kr 2024.11.22.

이 학교는 개전 초기인 2022년 3월 교정 주변이 6차례 포격을 받았다. 학교 유리창은 모두 깨졌고 일부 화장실과 시청각실 벽면은 무너졌다.

반인도적 전쟁 참사의 현장에서 학교는 다시 일어섰다. 3개월 만에 복구를 마치고 학생들을 맞았다.

에피멘코 베로니카 키 스쿨 교장은 "유치원생부터 17세 고교생까지 11개 학년을 갖추고 있으며 복구 직후 정원 70% 정도의 학생들로 시작해 지금은 정원이 거의 다 찼다"고 소개했다. 현재 3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이 학교에 다닌다.

복구 당시 학교가 각별히 신경 썼던 건 방공호다. 공습경보가 떨어져 대피하더라도 안전하게 수업할 수 있도록 건물 전체 지하층을 1천㎡ 규모의 방공호 교실로 만들었다.

방공호 내 교실은 건물 위층 교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꾸며졌다. 공습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 치료 공간까지도 방공호에 들어서 있다.

키 스쿨의 방공호 교실 키 스쿨의 방공호 교실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립학교 '키 스쿨'(Key School)의 지하층에 조성된 방공호 교실의 모습. prayerahn@yna.co.kr 2024.11.22.

베로니카 교장은 "전쟁 중에도 교육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교사와 심리상담사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살피고, 해외 유학을 가려는 학생도 부족함이 없도록 영어·수학을 비롯해 전 수업 분야에서 충실한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상담은 다른 공립학교에도 지원해 주고 있다"며 "전쟁 탓에 여러 제약을 겪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품질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키 스쿨의 학생들 키 스쿨의 학생들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사립학교 '키 스쿨'(Key School)의 고학년 수업 현장. 순환 정전이 종료되자 교실에 다시 전기가 들어 왔다. prayerahn@yna.co.kr 2024.11.22.

학교뿐 아니라 자원봉사 단체도 전쟁 장기화로 자칫 와해하기 쉬운 사회 결속력을 다져주고 있다.

전·현직 군인과 가족, 전몰자 유족 등에게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자유로운 선택'은 개전 초반보다 상담 지원 건수가 늘었다. 이 단체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듬해인 2015년부터 활동해 왔다.

설립 당시부터 2022년까지 연간 평균 700∼800건의 심리 상담을 해 주던 이 단체는 지난해엔 3천391건까지 상담 건수가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도 이미 전년 수준인 3천여건의 상담 건수를 채웠다고 단체 측은 설명했다.

이 단체 키이우 사무실에서 만난 타티아나 스트라호바씨는 23일(현지시간) "우리 사무실만 따져도 자원봉사자들이 60명에 이르고 2022년에 비해 두 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전문 역량을 갖춘 심리상담사와 치료사, 의료인 등이 전체 봉사자의 70%이고 재무·행정 분야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분들이 나머지"라면서 "간혹 쉬겠다는 봉사자도 있지만 다시 돌아오거나 훌륭한 봉사자가 새로 온다"고 설명했다.

또 "개전 직후엔 불안·혼돈 등을 겪는 군인과 가족이 많았고 지금은 무력감을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상담해주고 있다"며 "나라에 헌신한 이들과 가족이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10년간의 활동으로 매우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고 전했다.

심리치료 자원봉사 단체 직원들 심리치료 자원봉사 단체 직원들

(키이우=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의 전·현직 군인과 가족, 전몰자 유족 등에게 심리 치료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자유로운 선택'의 키이우 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이 단체 직원 타티아나(좌)·케이트(우)씨. prayerahn@yna.co.kr 2024.11.23.

prayerah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