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美보편관세 도입 시 韓철강 수출감소 타격 불가피"

철강업계 "美보편관세 도입 시 韓철강 수출감소 타격 불가피"

연합뉴스 2024-11-24 07:00:04 신고

포스코경영연구원 진단…中 우회기지 차단에 멕시코·베트남 철강사 운영 피해

무역장벽 낮은 국내로 中철강 유입↑…"美 화석연료 정책재편은 시장창출 기회"

철강 업계 간담회 주재하는 안덕근 장관 철강 업계 간담회 주재하는 안덕근 장관

(서울=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철강 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22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대(對)중국 견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한국 철강 업계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는 국내 철강 업계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신정부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보편관세가 도입된다면 미국의 4대 강재 수입국인 한국의 대미(對美) 직접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철강 산업 영향을 분석해 최근 정부에 전달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의 글로벌 철강 무역 모니터링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대(對)한국 강재 수입량은 2015년 440만t, 2016년 350만t, 2017년 340만t에서 2018년 250만t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철강에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한국 철강 수입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약 383만t)의 70%로 축소한 쿼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드 쿼터를 적용받은 한국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250만t 안팎의 강재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철강 관세부과, 중국 반발·반응 (PG) 미국 트럼프 철강 관세부과, 중국 반발·반응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여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적자 해소를 통상정책의 최대 목표로 내세우면서 4대 강재수입국인 한국을 무역적자국으로 조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보편관세가 도입되고 대미 수출쿼터가 현재보다 축소된다면 한국 철강의 대미 직접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지난 22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철강 업계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현지에서는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을 텐데, 쿼터를 잘 유지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얘기할 생각"이라며 "현대차가 미국에 신공장까지 지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현지 투자를 어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가 멕시코, 베트남 등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기지로 보고 무역장벽을 강화할 경우도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해외 생산법인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포스코멕시코, 포스코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은 북미 무역협정인 USMCA 회원국인 멕시코산의 유입도 강력히 차단하고 있다.

포스코멕시코의 경우 미국 내 자동차사에 공급되는 멕시코산 아연도강판 가운데 한국산 냉연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USMCA 조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포스코베트남에 대해서도 한국산 철강의 베트남 우회 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중국 발해철강 중국 발해철강

[톈진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국유 철강 대기업 발해(渤海)철강 톈진(天津) 공장의 작년 4월 모습.

이 같은 미국의 대중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 맞서 중국의 공세적 수출도 예상된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경제성장률 감소를 우려하는 중국 철강 업계는 이미 더욱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보무철강은 지난달 30일 기업설명회(IR)에서 "내수 부진 타개를 위한 수출 확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무역규제는 심화하지만 올해 수출 600만t에 이어 앞으로 1천만t까지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이 미국 시장과 자국 내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면, 상대적으로 무역장벽이 낮은 한국 시장으로 중국산 철강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중국 철강 수입은 2020년 600만t에서 올해 1∼9월 900만t까지 증가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중국의 강재 수출은 지속적으로 1억t 수준을 상회할 전망으로, 중국은 중남미·중동 외 한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중심의 수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철강 산업은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취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이 1천만t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신행정부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한국 철강 산업의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가스 채굴·수송 프로젝트, 육상 액화천연가스(LNG) 시장, 건설기계용 중장비 시장 등에 고부가가치의 특수강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미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에너지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산업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변화에 따른 철강재 시장 창출 기회를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밝혔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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