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반발하는 상법개정안, 절충안 마련되나

재계 반발하는 상법개정안, 절충안 마련되나

한스경제 2024-11-24 07:00:00 신고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차동석 LG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박승희 삼성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동우 롯데 부회장, 허민회 CJ 사장. (뒷줄 왼쪽부터) 류근찬 HD현대 전무, 홍순기 GS 사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민석 영원무역 사장, 김규영 효성 부회장, 문홍성 두산 사장, 엄태웅 삼양 사장, 김동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이 21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에 참석해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차동석 LG 사장, 신현우 한화 사장, 박우동 풍산 부회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박승희 삼성 사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동우 롯데 부회장, 허민회 CJ 사장. (뒷줄 왼쪽부터) 류근찬 HD현대 전무, 홍순기 GS 사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민석 영원무역 사장, 김규영 효성 부회장, 문홍성 두산 사장, 엄태웅 삼양 사장, 김동찬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이사.

[한스경제=김태형 기자] 상법상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같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도면 배임죄 처벌과 소송의 남발로 기업 경영이 더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모든 주주'로 확대하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조항도 추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신설했다. 또 대규모 상장회사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인 이사의 수를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이 외에도 상장회사 주주총회에 전자주주총회 방식을 도입하고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독립이사는 사내이사, 집행임원 및 업무집행 지시자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회사의 의사결정과 경영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 한 것이다.

현행 상장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사 총수의 1/4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는데 독립이사를 이사 총수의 1/3 이상 선임토록 했다. 

또한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우리나라 기업들이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시 대주주의 이익 위주이며 소액 다수 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같이 소액 주주들도 보호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와 삼성, SK, LG, 현대차 등 16개 그룹 사장단은 지난 21일 한자리에 모여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으로 지적된 상법개정 추진을 막기 위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재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조항이다. 현행 상법에는 이사회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주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진이 오너 일가 등 특정 대주주의 이익을 우선해서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는 취지지만 재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성명 발표 취지에 대해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사장단은 김 부회장이 대독한 성명서를 통해 "위축된 경제 심리 회복을 위해 국회와 정부, 국민 여러분의 배려와 동참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에 대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소수 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상법 개정은 이른바 '해외 투기자본 먹튀'를 조장해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에 대한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히 애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영진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거라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배임죄를 완화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합리적 근거에 따라 판단했다면 처벌하지 않는 '경영판단의 원칙'도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김 부회장은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등에서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사장단은 정부를 향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도 요청했다.

아울러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 "대내외 변수에 흔들림 없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겠다"며 “신시장 개척과 기술혁신에 집중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경협은 조만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관련해 공개 토론을 제안한 상태여서 절충안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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