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좌관 왈츠·국무장관 루비오 등 대중국 강경파 중용…전방위로 압박 가능성
국방장관·유엔대사 등 '급' 안맞고 관련경험없는 후보도…공약·지시이행에 초점?
한국에 방위비 증액 요구 예상…해외주둔 미군 철수 지지에 주한미군 변화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절대적인 충성파에 더해 대체로 대(對)중국 매파라는 점이다.
일부 인사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실상 자신의 지시에 '노(No)'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만 뽑았기 때문에 과거 1기 정부 때 이른바 '어른의 축(Axis of adults)'이 했던 것과 같은 견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나아가 이른바 '자기 사람'만 대상으로 인선하면서 일부는 '급'(級)에 안 맞거나 사실상 전문성이 없는 파격 인사가 기용된 것도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 인선의 특징이다.
이런 이유로 2기 외교 안보 인사들은 개인적 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관련 정부 조직을 장악해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지시를 충실하게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 외교에 대중 강경파…한국 등 동맹관계에선 '무임승차 반대' 트럼프 입장 우선 전망
우선 집권 2기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연방 하원의원, 국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대중국 강경파로 꼽힌다.
왈츠 의원은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2021년)이란 인식을 갖고 있으며 위구르·홍콩 탄압 등을 이유로 미국의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을 주장했다.
루비오 의원은 상원에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 등을 비롯해 다수의 중국 견제 법안을 주도한 인사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루비오 의원과, 백악관 웨스트윙에 상주하면서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보좌관의 입장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국 강경정책 드라이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도 심각한 무역불균형과 미국 국내산업 보호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별도 60% 관세 부과를 비롯해 강경한 대중국 정책을 공약한 상태다.
여기에 공화당은 전당대회 정강 정책에서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취소, 중국으로부터의 필수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의 미국 부동산 및 사업체 구매 차단 등의 조치도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는 바이든 정부에 비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 역시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견제했으나 첨단 기술 등 핵심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대화를 강조하는 '책임 있는 경쟁 관리' 기조를 유지한 바 있다.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의 경우 동맹 문제에 있어서는, 한때 국무장관·안보보좌관 자리를 놓고 하마평에 올랐던 다른 경쟁자들이나 트럼프 당선인보다 동맹을 더 중시하는 입장이다.
가령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1기 때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탈퇴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 운동 때 동맹의 사실상 무임승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 대해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이 과정에 나토 회원국 가운데 국방비 지출 목표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집단 방위에 대한 조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비판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대(對)동맹 정책은 개별 인사의 과거 언행보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부른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양국은 2026년 이후 적용되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완료한 상태지만 트럼프 2기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한국의 분담금으로 연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 대사에도 충성파인 매슈 휘태커 전 법무장관 대행을 지명하면서 그가 나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비(非)개입주의에 해외 미군 변화 주목…유엔 안보리서 미국 역할 축소되나
육군 주 방위군 소령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의 경우 강력한 군대를 강조하지만 동시에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의 철수를 지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독교 극단주의 문신, 성폭행 관련 의혹 등의 논란에 휩싸인 그는 군(軍) 내 이른바 '워크(Woke·진보 어젠다 및 문화 통칭) 문화를 비판하고 이를 혁파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는 장관으로 취임하게 되면 130만여명의 현역 군인을 비롯해 280만여명의 인력과 1천150조원(8천243억달러)의 예산 집행을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약체 이력'과 '충성심' 때문에 별도의 자체 이니셔티브 없이 일부 논란이 있는 사안을 포함해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군이 해외의 전쟁에 관여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며 불법 이민자 추방에 군대를 동원할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이와 관련, 공화당은 정강·정책에서 이민 문제와 관련,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수천 명의 미군을 남부 국경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포함해 국경 보안을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2만8천500명선을 유지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규모에도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된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이른바 '내부의 적'과 관련해서도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헤그세스 후보자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옹호하는 발언 등을 해 논란이 된 바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각료회의와 국가안보회의 멤버이자 다자 외교의 현장 사령탑인 유엔 대사에는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친(親)트럼프 인사인 그는 하원 내 공화당 서열 4위지만 하원의 군사위 및 정보위에서 활동한 것 외에는 외교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의제 등을 사실상 세팅하는 미국의 유엔 대사 지명자가 전문성이 결여된 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자유 민주주의 가치 등을 토대로 다자 무대에서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다자 외교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안보리 등 유엔에서의 미국 활동이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친이스라엘 정책 강화…우크라이나에는 종전 협상 압박 전망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2개의 전쟁에 대해서는 조속히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기본적 스탠스는 완전히 다르다.
1기 때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전격적으로 이전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치면서 아랍 국가의 반발을 샀던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도 친이스라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지명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발언을 한 인사다.
이와 함께 유엔 대사로 지명된 스터파닉 하원의원도 미국 내 대학교에서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를 반(反)유대주의로 몰아세우면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조롱하면서 미국의 추가 지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하는 것을 포함하는 종전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루비오 의원 등 외교안보 라인도 이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협상을 통한 합의가 현실"이라고 말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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