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위기 속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분쟁 심화 우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경제단체·정부 대응 방안 모색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유럽 주요국 경제 단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를 앞두고 내부 단결을 촉구했다.
프랑스 경제지 라트리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대표 경영인 단체들은 2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3국 경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유럽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 내년 1월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돌아올 경우 유럽 경제에 닥칠 위기를 전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EU도 일부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측 간 무역 분쟁이 일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모든 수입산에 최대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을 비판하며 집권 시 수입차에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금 양 대륙 간 무역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최대 경제단체인 경제인연합회(Medef·메데프)의 파트리크 마르탱 회장은 이날 포럼에서 "유럽에 대해 의심스럽고 회의적인 새 미국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다"며 "유럽은 경제 붕괴의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시급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경제 단체들은 포럼 후 공동 발표한 성명에서도 "내년 1월 20일은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유럽이 혁신, 투자, 안보에서 전환점을 맞이하려면 앞으로 두 달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유럽 국가들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경제 단체들은 특히 내달 새로 출범하는 EU 집행위원회에 "신속하게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맞서 EU 역시 유럽 기업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국방, 기술, 친환경 에너지와 같은 분야에 대한 EU 전체의 투자를 늘리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무역 블록을 공동 부채 및 단일 자본 시장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마르탱 회장은 "기업을 엄격한 규정에 가두는 것은 국제 경쟁의 기회를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전 EU 집행위는 고용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EU와 3개국 주요 정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되려는 본능이 있다. 이것이 바닥을 향한 경쟁이 될까 봐 두렵다"며 대서양 횡단 무역 전쟁의 위험을 경고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유럽 경제 위기를 공감하며 "유럽의 각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상당히 순진했다"며 "이제 우리는 '유럽 우선'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탈리아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야니 장관은 "우리는 무역, 무역, 무역에 대해 미국인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선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유럽에 가져올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독일산업연맹(BDI)의 무역 그룹을 대표하는 크리스티안 디머는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려는 막대한 관세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하려던 중국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앙투안 아르망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럽은 "더 강력한 보호주의 조치와 더 큰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우리가 행동하는 속도를 바꾸지 않으면 산업이 사라질 것"이라며 신속한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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