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많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동덕여대 측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자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시작됐고, 그 시위가 격화되면서 경찰이 학교에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간단한 사건 개요와는 달리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재학생들은 초대 이사장의 흉상에 음식물을 투척했고, 교수와 학생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이 학교 측에서는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은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육에 일평생을 바친 사람으로, 그리고 나도 여고를 나와본 사람으로, 누가 잘했고 잘못했다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 이 사태 자체가 너무 안타깝다. '대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며 지성을 키우는 교육의 현장에서 '토론'이라는 정제된 의견 교환 수단이 있음에도, 물리적 충돌과 갈등 격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나 갈등은 존재한다. 그래서 그 사회와 집단을 통솔하는 일명 '책임자'는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를 가만히 따져보면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됐다. 나는 일련의 상황이 '불통'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오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측 모두 실수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학교는 '공학 전환'을 공식화하지도 않았지만, 어찌 됐든 학생들 사이에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고 이로인해 유언비어가 퍼져나가고 있다면 가장 먼저 사실을 바로잡았어야 했다. 학생들도 잘했다고 보지 않는다. 소문을 들었다면 그것이 사실인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어야 했는데, 사실 여부보다는 '어떻게 우리 학교가 남녀 공학화를 시도할 수 있나'라는 것에 대한 분노가 먼저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 갈등을 참 많이 목격하기도 했고 직접 겪기도 했다. 40년 이상 교육자로 살면서 이 같은 갈등을 푸는 건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배려'다. 왜 이 친구들이 화가 났는지, 왜 선생님들이 화가 났는지 들어보고 그 억울한 마음을 이해하면 갈등의 80%는 해결된다고 본다. 그리고 그 배려의 시작은 경청이 주가 되는 대화다.
'대화'는 사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요.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후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언론 기사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자칫 섣부를 수 있지만, 관련 기사 어디를 뒤져봐도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가짐으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과로 얻는 것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남은 것은 외부의 '싸늘한 시선'과 수십억으로 추정되는 손해액밖에는 없다.
학생들과 현장에서 만나면서 학생들과 서로 사랑했던 경험자로서 이번 동덕여대의 갈등이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기사제공 : 베타뉴스 (www.betanews.net)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Copyright ⓒ 베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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