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국제 바칼로레아(IB) 본부와 본지가 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미래 교육 서밋’이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삼성컨벤션센터 무궁화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선 교육계 리더 및 관계자 200여 명이 모여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 가운데 ‘대변혁의 시대, 대학에서 키워야 할 인재상(대학 교육의 방향성)’을 주제로 토론과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지금이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라는 데 공감하며 하루빨리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에 앞서 김일환 제주대 총장은 ‘새로운 시대, 새로운 인재’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가며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교실 밖으로 나오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일환 총장은 “기존 세대와 MZ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나 달라 교육 환경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출세해야 한다는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내재돼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철학적인 문제를 교육하는 것”이라며 “IB 과정을 배우는 제주 표선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나보니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높았다. 일반 공립고등학교는 상대평가가 이뤄지고 학생들 서로가 경쟁자지만, IB학교는 절대평가가 진행되며 서로가 조력자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으로 인해 야기된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주대에서 진행 중인 ‘제주 올레길과 자아성찰’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해당 수업은 학생 30명과 사회에서 생활 중인 멘토 30명이 짝을 지어 3~4시간 올레길을 오르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학생들이 아름다운 자연을 경험하고 취업을 비롯해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프로그램이 좋은 평을 받고 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설명이다.
김일환 총장은 “‘제주 올레길과 자아성찰’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제주도의 올레길을 함께 오르는 활동으로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교실 밖에서 배우는 수업”이라며 “‘길 위에서 내 길을 찾는다’는 목표 아래 많은 인기를 얻어 현재 시그니처 과목이 됐다. 융합인재를 양성하려면 기존의 것을 고수해선 절대 혁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총장의 발표에 이어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 토의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전호환 동명대 총장과 우종수 POSTECH 교수, 김일환 총장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감, 대학총장,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교육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호환 총장은 IB교육과 같이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세운 동명대의 ‘Do-ing(두잉)’ 대학을 소개하며 ‘체·덕·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총장은 “부산에 28개 대학이 있지만 인원을 모두 채우는 대학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제2의 수도인 부산도 이럴진데 다른 지역은 더 힘들 것”이라며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Do-ing 대학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Do-ing 대학을 통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축구학과를 만들어 전국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등 학생들이 협업해 결과를 낼 수 있는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대학 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입 시스템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총장은 “지금의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대학은 입학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그 대학에 가고픈 이유와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간절함을 심어주고 학생들이 사회에서 간절함을 이룰 수 있도록 교육 환경에서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우종수 교수 역시 객관식 상대 평가로 이뤄진 대학 입시로 인해 예부터 논의된 창의 인재 육성 교육이 모두 블랙홀처럼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과거에도 교육 혁신은 늘 이슈였지만 우리나라 교육에서 대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다 보니 어떤 교육 방식을 적용해도 수능형 객관식 상대 평가가 있는 한 모두 소용이 없어진다”며 “단순히 교육을 할 뿐만 아니라 교육을 평가하는 것도 같이 연동돼야 한다. IB 평가 방식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공정성을 신뢰받고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획일화된 대입 제도로 인해 유·초·중 교육에서 창의 교육을 진행해도 고등학교로 넘어가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플로어 발언을 통해 “대입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 망가진다고 생각한다”며 “유·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생각의 다양성을 키워주는 교육 방향성은 지켜져야 하지만, 지금의 수능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교육부의 무책임한 방향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대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 대학총장, 교육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현재 경기도도 객관식 상대 평가에서 나아가 논·서술식 문제를 테스트 중”이라며 “올해 수능이 끝나고 시도교육감이 한 번 대학 총장님들과 모임을 갖고 현재 입시 문제를 공론화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종수 교수도 “창의 인성이 풍부한 학생을 기르는 데 있어 교수님들도 나름대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평가를 받아 성장도 해야 하고 연구 과제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대학에 자율성이 주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규제와 간섭도 섞여 있다. 대학이 책임지고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총장님들과 교육감님들이 힙을 합쳐 교육부에 의견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은 “대학과 교육감님들이 합의만 하시면 현재의 대입 제도를 개선하는 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도 같이 해야 한다. 수능이 끝난 다음에 한 번 모이셔서 조직적으로 구체화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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