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밝혔던 노동자에 대한 추도식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일본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가 대표로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이번 행사가 추도식이 아닌,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는 성격이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 정무관이 23~24일 니카타현 사도시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무성은 "이쿠이나 정무관은 방문 중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 외에 광산 등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도식은 일본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한 한일 합의를 전하는 자료에서 추도식에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을 성과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에 중앙정부 고위 당국자가 참석할 것을 요구해 왔고, 이에 한국의 차관 및 차관보급에 해당하는 정무관이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문제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야스쿠시 신사를 참배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 우익의 전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는 참의원에 당선됐을 때 8월 15일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또 지난 21일 외무성 부대신과 정무관 이·취임식 자리에서 "세계 정세가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악수나 웃는 얼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년은 전후 80년, 그리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고 한국‧중국과는 많은 과제가 있다. 일본으로서 할 말은 확실히 하고, 일본의 평화를 실현해 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한일 관계가 강제동원 노동자 및 위안부 문제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립되는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우익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을 사도광산 추도식에 보내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두고 한일 간 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일본은 추도식을 둘러싸고 강제동원된 노동자를 추모하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 논란을 키워왔다. 추도식의 이름부터 단순히 '사도광산 추도식'이라고 하여 그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한국인 유족들의 참석 비용도 모두 한국 정부에 전가한 상황이다.
이에 일본이 애초부터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추모나 반성 보다는, 유네스코 등재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만들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카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조치에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성과라고 강조했던 추도식이 사실상 유네스코 등재 축하 자리로 변하면서 정부를 포함한 한국 유족들의 참석 여부를 두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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