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오레시니크, 6개 탄두 수직 낙하…"현재기술로 요격 불가"
전문가 "사정거리보다 핵탄두 장착 가능성에 주목해야"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한 신형 미사일로 1천일이 넘은 분쟁의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장거리 미사일인 미국산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산 스톰섀도로 국경 너머를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자, 러시아는 곧바로 핵탄두 장착도 가능한 신형 무기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용한 미사일은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기술은 냉전 시절 개발됐다.
미사일 1기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는 MIRV는 미국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가 효시다.
'오레니시크'(헤이즐넛·개암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러시아의 미사일은 최신식 기술이 적용된 개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암은 도토리나 밤과 비슷한 견과류의 일종으로, 가지 끝에 여러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게 특징이다.
러시아가 사거리 1천∼5천500㎞인 중거리 미사일을 전투에서 사용한 것은 처음이라고 러시아 매체들은 전했다.
22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오레시니크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영상을 보면 6개의 물체가 거의 수직으로 낙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미사일에 개별적으로 표적을 맞출 수 있는 여러 탄두가 장착됐으며, 지상에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불활성 탄두로 타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후 대국민 연설에서 오레니시크를 직접 언급하면서 "초속 2.5∼3㎞인 마하 10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이런 무기에 대응할 수단은 없다. 전 세계에 있는 최신 방공 시스템과 미국·유럽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도 이런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친러' 외무장관 출신으로 현재 러시아 싱크탱크 고르키 센터장으로 있는 카린 크나이슬은 텔레그램에 "미국이나 세계 다른 국가가 현재 가진 방공시스템으로는 러시아의 새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블라디슬라프 슈리긴은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오레시니크에 대해 "현대의 모든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으며,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매우 깊은 곳에 있는 잘 보호된 벙커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사 웹사이트 밀리터리 러시아 편집자인 드미트리 코르네프는 오레시니크가 이스칸데르 탄도 미사일에 기반해 차세대 고체연료 엔진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며 "올해 봄 카푸스틴 야르 시험장 78주년 기념 영상에 등장한 신형 이스칸데르급 탄도 미사일이 오르시니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 빅토르 리톱킨도 이 매체에 "오레시니크가 아스트라한의 카푸스틴 야르 시험장에서 발사됐다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고체연료 2단계 탄도미사일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이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러시아는 킨잘, 아반가르드, 치르콘 등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신형 MIRV 시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오슬로 핵프로젝트(ONP)의 파비안 호프만 연구원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MIRV에 핵탄두가 장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알려진 대로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더 위험한 무기를 실험했다는 것이다.
이날 러시아는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MIRV를 날렸지만, 향후 핵탄두 장착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엑스에 우크라이나가 미사일 공격을 받는 영상을 게시하며 "그래서 이게 당신들이 원하던 것인가? 당신들은 제대로 얻었다.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공격이다"라고 적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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