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구 산성동 쓰레기더미가 쌓인 3층 주택 정리를 위해 중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정바름 기자) |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 주택에서 만난 3층 규모 폐기물이 모인 집 주인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방범대, 경찰 등 자원봉사자 70여 명이 현장에 모였다. 폐기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중장비 쓰레기 집게 차까지 동원됐다. 주택을 가득 메웠던 각종 고철과 생활폐기물이 하나씩 빠지자 무게 버티지 못한 쓰레기가 바닥으로도 우수수 떨어지며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주택 외벽을 둘러싼 쓰레기만 정리했는데도 21톤 가량이 나왔다. 자원봉사자들은 내부까지 정리하려면 2~3일 더 소요될 것으로 봤다.
그간 주민들의 고충도 상당해 보였다. 한 주민은 정리가 시작되자 "왜 이제야 청소를 하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쓰레기가 쌓인 집 주변 다세대주택 건물주인 A 씨는 "이곳 폐기물 때문에 세입자들이 들어오려 했다가 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여름에는 악취가 너무 심해 참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집주인 김 씨는 3년 전부터 고물들을 모으며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기 시작했다. 1층 현관문까지 쓰레기가 쌓인 탓에 폐기물 더미에 작은 사다리들을 설치해 밟고 올라가 3층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쓰레기더미가 무너지거나, 도로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인근의 전깃줄이나 철사로 감아 고정해서 탑처럼 쌓아 올렸다. 그는 멀리 있는 문화동과 대전역 인근에서도 골목에 버려진 폐기물을 몇 개씩 보행기에 담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자신을 종교인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기도할 공간을 하나 더 만들기 위해 버려진 건축 자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물들을 모으는 이유는 일정한 수입이 없어 고물상에 팔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개척교회 목사로서 3년 전에는 주택 1층에 교회를 운영했고, 알코올 중독자들과 함께 지내며 상담과 치료를 돕기도 했다. 현재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는 고물을 쌓아두지 않고, 깨끗하게 정리해 1층에 교회도 다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쌓인 폐기물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선 산성동 자율방범대 문재정(50대) 대장은 "그간 동네 순찰하면서 여름에 폭우가 내릴 때마다 도로 쪽으로 쓰레기 더미가 붕괴하는 게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다"라며 "신고를 하고, 중부경찰서가 직접 나서줘 주거 개선까지 이뤄질 수 있 다행이다. 이곳 말고도, 동네 곳곳에 물건을 과도하게 쌓아둔 곳들이 많은데, 지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