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익명으로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동훈 대표 가족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보름째 이어지면서 친윤계와 친한계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가족 개입'여부에 가타부타 해명을 하지 않자 친윤계는 제2의 드루킹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당 자체 조사인 당무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친한계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조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8일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이후 친윤계와 친한계간 충돌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원게시판 윤 부부 비방 게시물, '한동훈 가족 개입 의혹' 증폭
친윤계 "한 대표 해명해야".. 당무감사 주장도
최근 여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김건희 여사나 명태균 녹취가 아닌 '당원 게시판' 논란이다.
지난달 말 한 유튜버가 "한동훈 대표와 그의 아내 등 일가 7명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비난한 글이 다수 올라왔다"고 주장한 후 논란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당원 게시판은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만 글을 쓸 수 있는데 작성자 이름이 성을 제외하고 익명 처리된다. 그런데 최근 전산 오류로 인해 작성자명을 검색하면 실명과 게시글이 그대로 노출되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논란 초기에 '한동훈'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자신과 동명이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원 중에 한 대표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8명이 있었는데 게시판에 글을 쓴 사람 중에 한 대표와 같은 '1973년생 한동훈'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동일한 이름으로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자 친윤계 일각에선 연일 "한 대표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당무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위법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했다는 것은 본인이 사실관계를 안다는 것"이라며 한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한 대표를 겨냥하고 있는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21일 CBS 라디오에서 "가족 중 1인이 다른 가족들의 명의를 차용해서 여론 조작 작업을 벌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라며 "단순히 대통령 비방했다고 당무 감사하자, 조사하자는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여론 조작 행위를 묵인하는 게 드루킹과 뭐가 다르냐'라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에서 "당원 게시판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보통 사람의 상식과 양심에서 나온 문제 제기"라면서 "수사기관에서 밝혀지기 전 우리 스스로 당무감사를 통해 게시판 관리가 왜 잘못됐던 것인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말한 '너희는 더 낫냐’라고 하는 잣대로 국민의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당원게시판 매크로 의혹" 장예찬 "韓 배우자가 몸통"
홍준표 "드루킹과 다를 바 없어".. 천하람, 대통령실 관여 의혹 제기
친윤계는 이번 게시물 작성 양상을 볼 때 조직적인 여론조작 방식이 활용됐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2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누가 작성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여기에서 한동훈 당원 이름으로 작성된 댓글들은 다른 'DC인사이드'니, 다른 커뮤니티에 그대로 확산됐다"며 "여론 조작을 위해서 사이트를 옮겨 다니면서 댓글을 올리고, 또 매크로를 돌렸느냐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당 게시판이 특정 주장으로 뒤덮였다"라고 지적했다.
게시글이 작성된 정황을 볼 때 한 대표의 가족 중 한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의 배우자인 진은정 변호사가 몸통"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 따르면 한 대표 딸 명의의 작성자는 1인당 하루 작성 글을 3개로 제한하는 시스템이 당원 게시판에 도입된 9월 10일 이후 한 대표의 부인과 장인, 모친 명의와 함께 등장했다.
그는 "딸 명의가 글을 올린 시간대가 나머지 가족과 1~2분 간격으로 동일하게 기록됐다"며 "이 모든 게 우연일 확률은 0%"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가 가족들의 인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몸통일 확률이 높다"라고 했다.
신평 변호사도 이번 의혹의 배후에 한 대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대표를 두고 "자신과 윤 대통령 내외분과의 오랜 세월에 담긴 인정과 의리를 칼날같이 끊어내고 이어서 그 칼을 바로 두 분의 목을 향해 겨누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게시판의 글을 토대로 하여 여론조작을 행한 흔적이 너무나 역연하니, 건전한 여론형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정치의 기본에도 반하는 고약한 반민주적 행위"라며 "그럼에도 한 대표는 배신을 행할 때와 전혀 마찬가지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장난을 하며 그 의혹의 대답을 요리조리 피해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의혹이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원 게시판 논란의 본질은 당대표 가족들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숨어서 대통령 부부와 중진들을 욕설로 비방 하는 비열함과 비겁함에 있다"면서 "그렇게 해서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태균, 김경수, 드루킹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대체토론에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상대로 "원래 당연히 음주운전을 하면 대통령실에서 정리가 돼야 마땅한데 강 행정관이라고 하는 분이 한 대표와 가족의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문제를 용산 대통령실 안에서 내부적으로 담당하는 실무 담당 격이라서 당장은 못 내보낸다 이런 제보까지 지금 얘기가 나오는데 혹시 이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그런 일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나 친윤계의 움직임을 볼 때 대통령실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동훈 "수사로 진실 드러날 것.. 불필요한 자중지란 빠질 때 아냐"
친한계 "정당법상 당무감사 대상 아냐" "尹 부부 비방글 무슨 문제냐"
한동훈 대표와 친한계는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원 신분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는가"라며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다 얘기해줘야 하는가"라고 답을 피했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된 당원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글을 올렸는지 확인하는 건 현행법상 불가하다"고 했다.
이는 정당법에 범죄 수사를 위한 영장이 발부되거나 재판상 요구가 있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의 확인 요구가 있는 경우가 아니고선 당원 명부를 열람·누설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헌당규상 일반당원은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한 대표 가족들은 공인이 아닌 사인인데 어떤 사람이 뭘 썼는지 뒤져볼 수 있겠는가"라고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진종오 청년최고위원도 SBS 라디오에서 일부 친윤계 인사들이 당무감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결국 수사를 하는 게 답"이라며 "자꾸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 에너지 낭비"라고 일축했다.
익명 게시판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한 글이 게재된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응도 나온다.
김종혁 최고위원이 2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익명게시판에서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게 잘못된 건가"라며 "당원게시판에는 대통령과 여사뿐만 아니라 한 대표, 심지어 장동혁·김재원 최고위원이나 저 같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 글도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명게시판이 그런 것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건데, 대통령 비판 글이 있었다고 해서 당무감사를 하겠다는 건 기본적으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누군가 고발을 해서 경찰 수사를 하고 있다. 위법행위가 있으면 경찰 수사에서 나올 것 아닌가"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면서 공격하고 있는데, 왜 느닷없이 당 대표를 공격하고 뒤통수를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련 수사 착수.. 김윤 "뜻밖의 반전 나올 것"
경찰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일 이 사건을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고발인 조사차 소환했다.
오 대표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이라는 이름으로 비방글을 작성한 이들을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어 22일에도 오 대표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에 앞서 오 대표는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 몇 분이면 해소될 수 있는 의혹을 오히려 부풀리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실명 인증을 거쳐야 글을 작성할 수 있는 당원 게시판에서, 국민의힘 일부 지도부와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작성된 윤 대통령 비방글이) 익명 처리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은 매우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건건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지만, 이는 평소의 한 대표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며 "당대표 본인 및 가족과 동명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으려는 모습은 의혹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 것을 두고 경찰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윤 국민의힘 광주 서구을 당협위원장은 22일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수사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서 "결과가 나오면 뜻밖의 반전이 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뜻밖의 반전'에 대해 "명의가 도용됐을 가능성"이라고 답하며 "즉각적으로 날카롭게 대응하는 한동훈 대표가 왜 이 문제에 관해서 답답하게 대응을 하는 것은 전략적 침묵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친윤-친한 갈등, 김건희특검법 재표결 후 본격화 하나
정치권에서는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오는 28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이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즉, 재표결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해 양측이 제한적인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후에는 친윤계의 공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미 친윤계 인사들은 공개 행보를 통해 세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대표 출신 김기현 의원이 이끄는 미래혁신포럼은 28일 제3차 조찬세미나를 연다. 이날 세미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연자로 참석해 '국민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주제로 강연 할 예정이다.
김 의원과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비공개 조찬 회동 후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통해 한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기도 했다.
권성동 의원도 오는 28일 '새로운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정기세미나에서 '건강한 당정관계와 정치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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