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입증 안돼…소개료 제공, 법질서 문란" 벌금 1천만원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총경 출신 곽정기(50) 변호사가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의 수사 무마를 청탁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사건을 소개해준 현직 경찰에게 소개료를 건넨 혐의에는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2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총경에게 일부 유죄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곽 전 총경은 2022년 6∼7월 백현동 개발사업 민간업자인 정바울(68)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백현동 사건의 경찰 수사와 관련한 수임료 7억원 외에 공무원 교제·청탁 명목 자금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올해 1월 구속기소됐다.
현직 경찰관이던 박모(58) 경감에게 사건 소개료 명목으로 400만원을 건넨 혐의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주요 혐의인 백현동 수사 무마와 관련해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확신이 들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총경이 정 회장에게 경찰 수사 마무리를 약속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그가 정 회장에게 "우리의 목표는 유무죄가 아니라 영장 신청을 저지하는 것", "경찰 입장에서는 수사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 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청탁 대상이 되는 공무원이 누군지도 분명치 않다고 봤다.
다만 박 경감에게 사건 소개료를 건넨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며 "법률생활의 공정하고 원활한 운영을 방해하고 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며 수임 구조의 왜곡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경찰 고위직 재직 경력이 있는 소위 전관 변호사로, 현직 경찰관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여러 차례 소개받은 내역도 확인된다"며 이같은 행위는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초기하고 다이어리를 찢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등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곽 전 총경에게 소개료를 받은 박 경감에게는 벌금 1천만원과 추징금 635만원이 선고됐다. 그는 부동산 중개법인 운영업자와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박 경감에 대해 "법조 브로커로서 이 사건에 개입한 이모씨와 별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공무원들에게 이런 것을 하라고 공무원 시킨 게 아니다"고 질타했다.
곽 전 총경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을 지내다 2019년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 재직 당시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했다.
정 회장으로부터 백현동 개발 비리 수사 무마를 청탁해준다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고검장 출신 임정혁(67) 변호사는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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