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용도변경 및 하자 문제로 입주 갈등을 겪던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의 잔금 납부 기일이 한 달가량 연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 기간이 촉박하다고 호소해 왔던 수분양자들의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일단은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다만 수분양자협회는 금융권 연말 대출이 어렵다는 점, 하자 개선이 부족하다는 점 등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내부 논의를 거쳐 다음 주쯤에나 관련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마곡 롯데 르웨스트의 시행사 마곡마이스PFV와 수분양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29일로 예정돼 있던 잔금 납부 기한이 오는 12월 24일로 연장됐다. 중도금대출 만기 역시 12월 2일에서 내년 2월로 연장이 가능해졌다. 단 잔금 및 중도금대출 연장은 현재 진행 중인 계약 취소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입주 후 받게 되는 축하금 신청서를 이달 29일까지 작성한 세대에 한 해 적용된다. 또 소송을 취하하지 않아 중도금대출 연장이 안 됐을 경우에는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몰취할 계획이다.
마곡 르웨스트는 서울시 강서구 마곡특별계획구역 내 조성된 건축물로 지하 6층~지상 15층, 5개동, 총 876실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49타입 9억원대에서 111타입 20억원대까지 형성됐다. 이곳은 지난 2021년 8월 생활형숙박시설로 분양됐지만 수분양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올해 10월 24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됐다. 서울시는 용도변경에 따라 상승하는 감정가 200억원을 기부채납 하는 조건으로 도시관리계획을 수정 가결했. 서울 시내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된 것은 마곡 르웨스트가 처음이다.
용도변경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부침이 있었다. 수분양자들은 당초 주거가 가능한 생숙으로 안내받고 분양을 신청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정부가 용도변경의 길을 열어뒀음에도 시행사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 참여한 세대만 876세대 중 600여세대에 이른다.
지난달 용도변경이 승인됨에 따라 이 같은 분쟁도 마무리되는 듯싶었지만, 건물 하자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수분양자들은 지난 10월 31일 공사 진행 중 수도 배관이 파열돼 엘리베이터가 물에 잠기는가 하면, 지하 주차장 누수 의심, 불완전한 마감, 커뮤니티시설 미완성, 엘리베이터 미가동 등 입주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한 수분양자는 “커뮤니티시설도 제대로 지어놓지 않은 채 본인들(시행사) 사무실로 사용하고 지하 주차장에는 누수 때문에 접착제가 녹아 내렸다”라며 “하자는 일정 부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무조건 입주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입주를 위한 잔금 대출 기한이 촉박했다는 것도 수분양자들의 핵심 민원 중 하나였다. 마곡 르웨스트는 지난 8월 28일 사용승인을 받았고, 시행사는 3개월 후인 11월 29일을 잔금 납부 기한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용도변경은 10월 하순에나 이뤄져 한 달 남짓한 기간에 구비서류 준비·대출심사·진행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수분양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용도변경 전, 주거가 불가능한 생숙으로는 잔금을 모두 대출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행사의 이번 잔금 기한 연기 결정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마곡마이스PFV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건설은 수분양자들의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잔금 납부를 약속한 세대에 한해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갈등을 만들어 어떤 이익을 취하려는 게 아니다. 입주를 독려하기 위해 기준을 세우고 계속 부탁해왔던 것”이라며 “허위 분양도 사실과 다르다. 문제를 끝까지 끌고 가면 갈등만 커질 수밖에 없다. (잔금 연기는) 입주율을 높이고 문제없이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자와 관련해서도 “과거의 사진을 지금의 문제인 것처럼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 현재 입주 컨디션은 직접 현장에 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이 샜다는 것도 관리사무소에서 소방 점검하다가 물인 고인 사례였고 엘리베이터도 입주율이 낮기 때문에 전부 가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수분양자들은 대출 기한과 건축물 하자 등에 여전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곡 르웨스트 수분양자협회 송민경 회장은 “금융사들이 연말에는 대출 취급을 잘 하지 않는다. 또 일부 수분양자들은 대출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지은 건물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얘기한다”라며 “우선은 차주 운영진 회의를 거쳐 방향성을 정하고 수분양자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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