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즉각적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향후 대응과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일부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롯데케미칼이 공시한 데 따른 평가다.
공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기한이익상실 사유 발생은 사채관리계약 특약에 명시된 재무비율 유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3개년 누적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대 이자비용 비율이 요구되는 5배 이상을 하회한 4.3배를 기록했다. 2022년 이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9월 말 기준 해당 비율이 4.3배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52~60회 공모사채가 포함된 총 2조45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영향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채권 조기상환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이 즉시 기한이익 상실이나 조기상환 의무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채권자 집회를 통해 조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롯데케미칼은 1조8000억원(별도 기준)과 3조6000억원(연결 기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차입금 상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근거로 2025년 3월까지의 차입금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지속된 실적 부진과 증가하는 차입 부담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조기상환 요구가 발생할 경우 회사의 유동성에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와 이자비용 상승이 2조원에 달하는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으로 연결된 점은 재무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며 “향후 차입구조 단기화 등 유동성 대응부담이 높아지는 경우 신용도 하향압력이 현 수준 대비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채권자 집회와 별도로 채권자가 소집하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1건이라도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발생할 경우 전체 채권의 기한의 이익도 즉시 상실 사유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특약 조건에 ‘3개년 누적 평균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가 포함돼 있는 한,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수 있다”며 “사채권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금성자산 외의 추가 유동성 확보 계획과 진행상황, 구조조정 계획 등을 투자자와 긴밀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사채권자 집회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집회가 채권 계약내용 변경 또는 조기상환 청구로 인해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자금 소요 규모가 과도할 경우 롯데케미칼은 보유 유동성을 상당 부분 소진함에 따라 추가 자금 확충에 대한 부담이 발생한다”며 “특히 집회에서 원만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회 등의 진행 경과와 유동성 대응력 변화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은 측은 “원리금 상환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자금이 약 4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 2조원은 보유 예금이며, 부채비율도 약 75%로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그중 6600억원은 이미 이달 초에 조달을 완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신규 경상 투자의 계획 조정을 통해 대규모 현금 유출을 방지하고, 현금 흐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여수 공장에서 시작한 ‘오퍼레이셔널 엑셀런스 프로젝트’를 대산 공장으로 확대하는 등 공장 가동 최적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한 사업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략적인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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