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오늘도 해피엔딩을 꿈꾸는 김소연

Part 2. 오늘도 해피엔딩을 꿈꾸는 김소연

에스콰이어 2024-11-22 14:00:01 신고

그레이 슬리브리스 점프수트 구찌. 이어커프와 팔찌 모두 포트레이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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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세일즈〉를 통틀어서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두 가지 장면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김도현(연우진)이 찾아 헤매던 생모가 오금희(김성령)로 밝혀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 사실을 정숙이가 제일 먼저 알게 되죠. 그때 정숙은 자신이 좋아하고 의지하는 두 사람에게 진실을 밝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워해요. 연기를 하면서도 계속 고민이 됐고요. 아직 방송으로 나오지 않아서 저도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두 번째는요?
4화에 보면 막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을 두고 마을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을 하는 대목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정숙이는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거부감을 느끼나 봐’라며 시무룩해하죠. 그런데 마지막 화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다시 등장하는데, 그땐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달라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서 성공한 멋진 신세대로 묘사되죠. 그걸 보며 정숙이가 툭 한 마디를 해요. “해피엔딩이네”라고요. 그게 제 마지막 촬영분이기도 했고 드라마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일 좋았어요.
드라마에 희망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더라고요.
자세히 보셨네요! 맞아요. 정숙뿐만 아니라 모두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요. 억울하고 모진 일들이 자꾸 벌어져도 버텨내고 다시 일어서려는 모습이 애틋하고 사랑스럽죠.
정숙이의 희망 말고 배우 김소연의 희망이 궁금해요.
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은데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고민을 했어요. 주위를 보면 대부분 목표가 있던데 저는 딱히 없었거든요. 근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저는 당장 주어진 오늘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에요. 작품을 할 때도 ‘오늘만 넘기자’ ‘오늘 잘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해왔어요. 화보를 찍을 땐 화보에 최선을 다하고 인터뷰를 할 땐 인터뷰에 집중하는 식으로요. 그러니까 제 희망은 오늘 하루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거예요.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가 데뷔 30주년이었잖아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30년 전이 정말 엊그제처럼 느껴져요. 언제 시간이 이만큼 흘렀는지 모르겠어요. 돌이켜보면 환희의 순간보다 ‘그땐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반성이 더 많긴 해요.
따로 이벤트를 열 생각은 없고요?
종종 그런 제안을 받는데 잘 모르겠어요. 쑥스러워서요. 얼마 전에도 남편이랑 막걸리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도 우리 참 잘 왔다. 여기까지 무탈하게 왔으니 앞으로도 잘 가보자”라고요. 40주년이 되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딱 이 정도의 소감인 것 같아요.
데뷔 30년 차 배우에게도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펜트하우스〉 천서진 다음에는 〈구미호뎐1938〉 류홍주가 있었고 얼마 전까진 정숙이로 살았죠. 특별히 탐이 나는 배역이 있다기보단 다음엔 또 어떤 매력적인 이야기와 캐릭터가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가 돼요. 제가 생각하는 김소연이라는 사람과 감독, 작가 그리고 대중이 바라보는 김소연이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그 차이를 관찰하고 연기로 옮기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겠냐는 질문에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하셨더라고요.
기억나요. 그 말을 하고 나서 후회 많이 했어요. 감히 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자책도 했고요. 당시에 제가 좀 힘들었어요. 계속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저의 노력만으론 되지 않는 부분이 있잖아요. 잘될 줄 알았는데 미끄러지는 경험이 자꾸 반복되니까 불안해지더라고요. 오죽하면 ‘오늘은 캐스팅 제안이 오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던 적도 있어요.
그럼 지금은 생각이 바뀐 걸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뀌지는 않았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행복한 직업이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해보지 못한 걸 해야죠.(웃음)
블랙 레더 트렌치 코트 맥퀸 by 션 맥기르. 블랙 힐 베르사체.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새틴 톱과 브라운 쇼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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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어때요?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결혼 장려 영상이라고 하던데요.
상우 오빠가 듣는 귀가 열려 있는 사람이에요. 도움이 되는 말도 잘 해주고요. 예전에는 연기를 준비할 때 혼자 고군분투했지만 지금은 심도 깊은 대화를 충분히 나누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연기 외적으로도 저를 성장하게 해주는 멋진 사람입니다.
예를 든다면요?
예전의 저는 취미를 갖는다는 게 약간 사치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뭔가 하고 싶은 게 있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괜히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라며 참기만 했죠. 아마 배우로서 작품과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탓이었던 것 같아요. 마음이 조급했으니까요. 그런데 오빠를 만나면서 제 마음과 시간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어요. 이건 어디서 말한 적이 별로 없는데, 사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시도를 못 했어요. 그랬는데 며칠 전에 오빠가 “드라마 끝났으니까 우리 미술용품 사러 가자”라며 저를 데리고 나서더라고요.
와, 멋있다.
그쵸?(웃음) 그날 저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젤을 갖게 됐어요. 아마 오빠를 만나지 않았으면 죽을 때까지 ‘내가 화가도 아닌데 무슨 이젤을 사’라고 미적거렸을 거예요. 무심코 말했던 작은 것도 기억해주고 응원해줘서 항상 정말 고마워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꽃이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막연히 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면 SNS에 올리실 건가요?
한번 올려볼까요? 부끄러운데. 3일 전에 사 놓고 아직 손도 못 댔어요. 바라만 봐도 좋기도 했고 오늘 〈에스콰이어〉 인터뷰와 화보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3일이나 준비하셨다고요?
확정됐을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어요.(웃음) 인터뷰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사진은 어떤 표정과 포즈를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요. 막상 인터뷰를 하면 떨려서 제대로 말을 못 할까 봐 이렇게 답변을 미리 적고 프린트해 왔어요.
영광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를 멋지게 마무리하는 게 중요해서요. 어렸을 때부터 홀로 일을 시작해서 생긴 책임감이기도 하고, 새로운 걸 할 때 부담감을 느끼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죠. 그게 싫었던 적도 있지만 이젠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 해요. ‘나는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야. 열심히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미리 걱정하는 게 차라리 낫지’라고요.
오늘은 해피엔딩인가요?
완전요.(웃음)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곤 하는데 오늘은 정말 많이 웃었어요. 화보를 찍을 때도 인터뷰를 할 때도요.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도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고요. 아직 하루가 끝난 건 아니지만 분명 해피엔딩으로 기억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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