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여야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 추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헌법재판관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양당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양당이 합의한 인물을 추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의석이 많은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은 나머지 1명만 추천하라고 맞서고 있다.
새롭게 임명될 헌법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헌재의 판결 성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 협상도 더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헌법재판관 추천 협상 다음주까지 이어갈 것”
여야가 22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기로 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다음 주까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헌법재판관 공백은 지난달 17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이 퇴임한 이후 36일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오늘은 추천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며 추후 계획에 대해서는 “가급적 주초에, 늦지 않게 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측도 합의할 여건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하며 오늘 추천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여야는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한 기한을 하루 앞둔 21일까지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관례’를 들어 ▲여야가 1명씩 추천 ▲여야 합의로 1명 추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2명을 추천 ▲여당이 1명 추천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이처럼 헌법재판관 3명 자리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앞서 퇴임한 3명의 헌법재판관이 각각 보수·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던 만큼, 후임에 따라 헌재의 판결 성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정책조정회의 헌법재판관 추천과 관련해 “(여야 합의 상황은) 평행선”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2명이 야당 (추천) 몫이라는 입장”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통과 관례’를 언급하며 “우리의 명확한 목표는 원래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양당이 추천 방식에 합의하더라도 헌재 공백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선출안 접수부터 인사청문회, 본회의 표결과 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서다.
민주당 협조 없이는 임명 불가능…국민의힘, 협상 카드 내밀까
이처럼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야당의 2명 추천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다른 사안에 대한 민주당의 협조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 추진 중인 국회의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국회 추천 없이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임명 수 있도록 하는 북한인권법 개정안 처리 등을 민주당에 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내년도 예산안 심사·처리에 대한 야당의 협조, ‘채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추진 중단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는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협조 없이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만약 민주당 안대로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이 선출되면 총 9인으로 구성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은 중도·보수 5인, 진보 4인 체제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이종석 전 헌법재판소장 재추천 검토…
민주당 “다스는 MB의 것” 판단한 정계선 법원장 거론 돼
각 당이 추천할 후보가 누구일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종석 전 헌법재판소장을 재추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소장은 2018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추천해 헌법재판관으로 선출됐고, 지난달 17일 퇴임했다.
이완규 법제처장도 헌법재판관 후보로 거론된다. 이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이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배제를 당하고 징계 처분을 받았을 때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민주당 추천 후보로는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김성주 광주고등법원 판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처음 판단한 바 있다.
광주 출신인 김 판사는 광주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부장판사를 지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이 국회 몫 2명을 추천하게 될 경우 헌법재판관 구성은 현재 중도·보수 성향 4명(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 진보 성향 2명(문형배·이미선)에서 중도·보수 성향 5명, 진보 성향 4명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헌법재판관들 “국회가 구성해줄 때까지 역할 하지 말아야 하나” 질책
헌법재판관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
국회가 선출한 이종석 전 헌재소장,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지난달 17일 퇴임한 후 현재까지 국회가 후임자 3명 선출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헌재는 재판관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양당이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양당이 합의한 인물을 추천하는 게 관례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의석이 62석이 많은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국민의힘은 나머지 1명만 추천하라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법률 위헌 및 탄핵 등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내년 4월 윤 대통령이 자기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할 수 있어 헌재 구성에 또 다른 변화가 올 전망이다.
헌법재판관 공석이 이어지자 지난 18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오는 22일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추천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앞서 헌법재판관들은 지난 12일 헌법재판관 후임을 미루고 있는 국회를 질책하기도 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 첫 변론에서 “지난달 재판관 3명이 퇴임하고 거의 한 달째 재판관 전체가 모여서 하는 결정을 못하고 있다”라며 “국회가 재판관 후임 추천하게 돼 있는 걸 안해서인데, 국회의 뜻은 헌법재판소가 일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윤 대통령이 최민희 방통위원을 임명했다면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국회는 국가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임무를 해야 하는데, 국회의 대표로서 말해달라”라며 “국회 내부에서 논쟁하는 사정이 있다면 헌재나 방통위 같은 국가기관들은, 국회가 (조직을) 구성해줄 때까지 역할을 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는 게 옳으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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