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건전재정 바탕 위에 후반기 정부 역할 확대…연초 추경은 선긋기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곽민서 기자 =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를 맞아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 투입을 늘리기로 했다.
재정 건전성을 우선시한 임기 전반기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하되 후반기에는 양극화 해소 대책 등 필요한 부분에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확대해 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 과정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통령실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특히 양극화 타개와 관련해서는 필요하면 추경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기존 재정정책 기조와는 결을 달리하는 대목이다.
당초 윤석열 정부는 자유 시장경제 회복을 목표로 내걸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고수해왔다.
직전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되는 '건전 재정'은 윤석열 정부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국정 성과이기도 했다.
실제로 전임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추경을 열 차례 편성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을 한 차례 편성한 것 외에 추경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내수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신(新)행정부 출범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경제를 살릴 마중물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직접 시장에 개입해 분배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다.
특히 경제 회복이 국민들에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아래 임기 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정책 전환이 나타나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주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득·교육 양극화 타개를 후반기 국정 목표로 제시한 바 있으며,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각자 국가 발전에 열심히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내후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 예산을 늘려 양극화 문제 해소에 대응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현재 국회 심의 중인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합리적 범위에서 증액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재정의 역할을 늘리는 과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를 폐기한 것은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정부처럼 재정을 8∼9%씩 늘려가겠다는 게 아니라, 기존 우리 정부 예산보다는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라며 "건전재정을 버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제기된 연초 추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연초에는 일단 편성된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이후 추가 수요가 발생하면 추경 편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역시 아직 추경을 검토해보지 않았고 정부와도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추경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협의된 바는 없다"며 "다만 양극화 해소나 내수 경기 진작 등 부분에서 그런 요인 있을 수는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정부 측과 좀 더 교감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재정 준칙 추진 등 건전 재정 기조와 상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내년도 본예산은 건전재정 기조에서 편성이 됐고 여러 가지 세수 상황을 봐서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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