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HL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47만193주(보유 자사주의 84% 해당)를 향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증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보유 자사주 16%는 소각을 결정했다. 처분대상 주식가격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인 지난 8일 종가 기준 약 163억원 규모다.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는 "HL홀딩스의 2대 주주로서 재단 출연 공시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며 "출연 규모가 총 발행주식수의 4.8%로 163억원인데 장부가치로는 543억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주가하락 등으로 회사의 분기실적이 적자로 반전한 데다 3년 평균 순이익의 30%가 넘는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L홀딩스 측이 '최소 5년 동안 의결권 행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비난했다. HL홀딩스는 재단 출연이 기업의 무형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이로 인해 주주가 입는 피해는 명백한 반면 회사가 얻을 이익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는 게 VIP자산운용 주장이다.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VIP자산운용은 2대주주로서 우려되는 내용을 담아 서신을 HL홀딩스에 보내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금번 자사주 무상출연에 대해 '의결권 부활을 통한 백기사 확보'로 의심하고 있다"며 "특정주주를 위한 의사판단이 사회적 공분을 사는 예민한 시기에 굳이 오해 받을만한 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관련업계도 HL홀딩스가 2019년 삼호개발 회장이 회사 자금으로 재단에 출연하려다 주주반발을 고려해 증여를 철회한 사례처럼 한발 물러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재단 무상출연을 강행할 경우 일반 주주의 피해와 자본시장의 우려, 유무형의 기업가치 하락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금이라도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회사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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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원 회장은 왜 무리수를 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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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지분은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25.03%)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31.58%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은 VIP자산운용 10.41%, 베어링자산운용 6.59%, 국민연금공단 5.37%다.
김민국 대표는 "저희는 10년 동안 HL홀딩스에 투자해왔고 경영에 간섭하지도 않았다"며 "경영권 분쟁을 벌인 상황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고 관계자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비영리재단 무상출연은 보통 대주주가 개인지분을 출연하는 게 보통이고 법인이 참여할 때는 이해충돌 문제를 고려해 소정의 금전을 출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무상 출연될 자사주 취득목적과 출연으로 인해 계상될 실제 자산상 손실규모, 이런 손실로 인해 일반주주들이 입을 피해가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주주가치가 올라간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일방적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익재단에 증여하려던 건 조만간 철회하고 새로운 방식 발표하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또 김 대표는 자사주 취득목적 이외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결권 행사 주체와 의결권 행사에 누가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주주간 이해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 논의가 활발한 시기, 대주주 측에선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거래를 서둘러 종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해충돌이 없는 출연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사회 구성원으로 책무를 다하는 건 당연하고 이를 위해 재산 일부를 출연해야 한다면 경영상황과 이익 규모 등을 고려하고 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며 "현재 배당 성향을 기준으로 이번 무상 출연 주식 규모의 연간 배당액을 산출하면 9억4000만원 수준이니 매년 10억원 정도를 재단에 기부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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