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성주원 기자] 바야흐로 재테크(투자)의 시대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대부분이 재테크 관련 서적으로 채워지는 등 투자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누군가는 결혼 또는 육아를, 또 다른 이는 노후 등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투자하지만 ‘주가조작’ 등 일련의 범죄로 모든 걸 다 잃어버리는 참혹한 현실을 맞닥뜨리는 경우도 많다.
삶의 모든 걸 앗아가는 금융·증권범죄는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사회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범죄다. 이에 검찰은 금융·증권사 등이 모여 있는 여의도 관할 서울남부지검을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하고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본부를 꾸려 관련 범죄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증권범죄합수부를 이끌고 있는 공준혁(46·사법연수원 35기) 부장검사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불공정거래라든지 주가 조작 세력이 끼어들어 모은 돈을 날리는 불상사가 생기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소속 검사들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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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해치는 금융·증권범죄…“신뢰회복 위해 역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부는 금융사와 증권사가 벌벌 떠는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다. 검찰 내에서도 ‘특수통’이라는 타이틀을 달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표 부서로 꼽힌다. 대부분의 검사가 전문성을 쌓기 위해 선호하는 부서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남부지검이 금융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되며 본격적으로 출범한 증권범죄합수단은 5년간 ‘여의도 저승사자’로 활약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 2020년 1월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폐지 이후 관련 사건의 적체, 주요사건 대응 미진 등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대응역량 약화 문제가 지속 제기됐고, 2022년 5월 금융·증권범죄합수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3년 5월에는 금융·증권범죄합수부로 정식직제화가 되며 관련 대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재출범 이후 성과는 뚜렷하다. 합수부는 재출범한 이후 올해 8월까지 2년4개월간 491명의 피의자를 기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합수단이 폐지된 2020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기소한 인원(174명)과 비교해 2.8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구속 건수도 128명으로 폐지 기간 건수(46명)보다 2.8배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합수부가 추징보전한 누적액만 2조616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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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부는 수사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검사 및 수사관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파견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합수부는 금융위·금감원의 ‘패스트 트랙’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 등 신속 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있다. 합수부를 이끄는 공 부장검사는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이력과 조세분야에서 2급 공인전문검사(블루벨트) 인증을 보유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고영하(38기) 부부장검사, 전영우(39기)·이현석(40기)·반영기(42기)·김남엽(43기)·이선미(변호사시험 3회)·오정헌(변시 4회)·허성호(변시 5회) 검사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합수부가 성과를 낸 대표적 사건으로는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테라·루나 사건 △KH필룩스 사건 △라임 펀드 사태 등이 있다. 특히 영풍제지(006740)와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는 가담자들이 각각 6616억원,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부장검사는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수요가 있어야 가격이 올라가는데 각종 주가조작 등으로 정상적 시세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해외 주식시장으로 투자자들이 많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합수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사와 엄단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범죄 급증…“수사인력 확충, 자본시장 건전화 도움”
공 부장검사는 금융·증권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가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수부는 치밀한 계획하에 대규모로 이뤄지는 자본시장 저해 사범 등을 수사해 피의자가 다수이고, 부당이득액 규모가 큰 대형 사건을 다루고 있다”며 “수사인력·예산이 늘어나면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만드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을 통해 젊은 사람들의 돈이나 노후자금으로 마련된 돈 등을 떼가는 범죄자들을 엄단할 수 있게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금융·증권범죄 수사를 위한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만큼 꾸준히 대응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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