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금융당국이 무·저해지보험과 관련해 제시한 ‘원칙 모형’을 채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잡아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린다고 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연말 결산부터 보험료 납입 시점의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원칙 모형(로그-선형 모형)을 적용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애초 공시 등 엄격한 조건 하에 예외 모형(선형-로그 모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가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순이익 감소 등을 우려해 이를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필요시 대주주와 직접 면담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회사 중 원칙모형과 CSM 차이가 큰 회사는 내년 우선 검사 대상으로 삼겠다고까지 했다.
이에 당초 예외모형 적용을 고려하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이 원칙모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원칙모형을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은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많아 원칙 모형을 적용할 경우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올 상반기 누적 보장성 원수 보험료 중 무·저해지 보험 비중은 36.14%로 11개 손보사 중 가장 크다.
보험사들은 해지율 가정을 연말 결산에 적용한 뒤 내년 4월부터 무·저해지 상품을 개정 출시할 예정이어서 그사이 절판 마케팅이 활발해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해지율 가정이 바뀌는 만큼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통상 20~30년) 중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없고, 납입 기간 후 해지하면 50% 정도만 돌려주는 상품으로 ‘반값 보험’이라 불려왔다.
금리 하락기에 계리(보험사의 회계) 가정까지 달라지면서 보험사들은 당분간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 방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단기납 종신보험 추가 해지 반영 등 최근 발표한 새 회계제도(IFRS17)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보험사들의 K-ICS가 약 20%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험사들은 이미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K-ICS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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