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상훈 기자]경제계가 경제 전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속세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리적으로 개선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25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을 유지하면서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상속세를 조속히 개선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참여했다.
경제계는 국민 한명이 보유한 자산을 의미하는 1인당 국부(국민순자산)가 2012년 2억2000만원에서 2022년 4억4000만원으로 10년간 2배 증가했고, 상속세 부담은 더 빠르게 늘어 총결정세액이 동기간 1조8000억원에서 19조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60세 이상의 경영자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80%, 중견기업은 45%(전문경영인 제외시 62%), 중소기업은 34%에 달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선과 관련하여 현재 국회에는 최고세율을 인하(50% → 40%)하고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며, 가업상속·승계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경제계는 상속세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글로벌 추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지역경제 활성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 등 네가지 관점에서 주장했다.
첫째, 상속세 최고세율을 글로벌 추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최대 60%로 1위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변화한 적 없다.
이에 반해 주요국들은 지속적으로 최고세율을 인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해 왔다. 경제수준 대비 상속세 부담 비율도 글로벌 주요국 수준을 훨씬 초과한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은 한국이 0.68%로 OECD 평균 0.15% 대비 4.5배 높다. 총조세 대비 상속·증여세 비중 역시 한국은 2.4%인 반면, OECD 평균은 0.4%에 불과하다.
둘째,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인은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적용받아 기업승계 시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고 있다. 이에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외부세력에 의한 경영권 탈취에 취약해지거나 기업을 포기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경제계는 우리나라 상증세법처럼 기업의 경영권인 주식을 일반재산보다 일률적으로 가중하여 상속세를 부과하는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며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를 촉구했다.
셋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의 지역경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청년층의 유출이 큰 문제이다.
현재 정부가 발의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에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거나 창업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상속 재산가액 전액에 대해 한도 없이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재정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공하는 특별구역으로 올해 6월 첫 특구 지정 후 현재까지 모든 비수도권 시도에 특구가 지정됐다. 경제계는 정부안이 입법되면 지역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째,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승계를 원활하게 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중요한 세제 지원이다. 이를 통해 경영자는 상속세 부담을 덜고 기업의 혁신과 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
다만 현행 제도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이 일부에 제한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열거되어 있어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범위를 모든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제6단체는 “상속세를 바라보는 글로벌 추세와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에 걸맞는 제도 설계 필요성, 국민들의 가치관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제 상속세는 과거의 기준에 맞춰서는 제도로서 존속하기 어렵다”며 “상속세가 개선된다면 지난 50년간 괄목한 경제성장을 이끈 기업보국 정신이 최빈국을 경제대국으로 도약시킨 것처럼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앞으로의 100년을 열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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