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경민 기자] 군 검찰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해병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군 검찰은 21일 용산 소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대해 “군의 기강을 담당하는 군사경찰 고위 장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군 전체 기강에도 큰 악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이 필요하다”며 박정훈 대령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정훈 대령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결과 민간 경찰 이첩, 명확히 지시받지 않아”
박 대령은 작년 7월 19일 발생한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의 조사결과 경북경찰청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상관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작년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박 대령과 그의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에 앞서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박 대령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반을 지나오면서 채 상병 사건의 진실은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는 이 진실이 승리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에 정말 정의로움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령은 “그 첫발을, 실질적인 큰 발자국을 오늘 뗀다고 생각하고 저에게 주어진 최후 진술 그리고 검찰의 신문에 최선을 다해서 잘 호응하겠다”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기자회견에서 ‘불공정·몰상식’이라 적힌 묵 한 사발을 조각내는 퍼포먼스에서도 나섰다. 묵을 부수자 기자회견장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검찰 측 신문에서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자신에게 채상병 순직 사건의 조사결과의 경북경찰청 이첩을 보류하라고 명확히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사령관이 국방부로부터 이첩 보류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저와 이뤄진 것"이라며 "(군 검찰은) 7월31일부터 8월1일까지 해병대사령관이 3차례 이첩보류 지시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2박3일에 걸쳐 지시를 3번이나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해병대사령관이 국방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것은 맞지만 사령관이 피고인에게 지시한 바는 없다는 주장이냐'는 검찰 측 질문에 박 대령은 "그렇다.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이어 "당시 국방부 지시는 수사서류를 축소, 왜곡하라는 불법적 지시였으므로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김 사령관과)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또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상관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나 의도, 목적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 대령의 생일에 열린 이날 결심공판에는 그의 모친도 법정에 나와 방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령의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군사법원의 1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에 열릴 예정이다.
조국 “박 대령 고통받는 동안 윤 대통령은 권력이나 지켜” 추미애 “헌법 파괴 대통령 때문에 박정훈 희생당해”
한편 공판에 앞서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추미애·박주민·이성윤(더불어민주당), 조국·박은정(조국혁신당),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박 대령과 변호인단이 연 기자회견에 배석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그저 직분에 충실했던 군인 박정훈 대령의 결심공판일이다”라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왜 이곳에 박정훈 대령이 서 있어야 하는가? 오늘 여기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채해병 사건 외압의 몸통 국방부 장관과 차관,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그리고 800-7070으로 전화를 건 사람, 그 사람들이 이 자리에 섰어야 한다”며 “여전히 먹먹합니다. 항명죄 사건 수사 개시부터 1년 3개월, 10차례의 공판, 그간 견뎠어야 했을 고통의 무게를 헤아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표는 “박 대령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는 동안 윤대통령은 채해병 특검법을 2차례나 거부했다”며 “ 박 대령이 정의를 지키려고 묵묵히 버티는 동안 윤 대통령은 배우자와 권력을 지키려고 격노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제3자 특검법을 떠들어대다가 정작 제3자 특검이 본 회의에 오르자 꼬리를 감춥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던 골목대장과 그 수하와 쫄보들은 다 어디 있습니까?”라며 “그러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국민에게 충성한 군인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고 외쳤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령님이 하셨던 일은 법을 따랐던 것인데 법을 따랐더니 항명이랍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이 일이 법원에서 반드시 바로잡힌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정의는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의인이라 부른다. 정의는 우리가 잠자고 있을 때에 잠 못 이루는 양심바른 사람 편에서 솟아나온다”며 “헌법 파괴하는 대통령인지 모르고 속고 있을 때 어린 병사가 실종됐고, 그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수사단장 한명이 있었다. (그 희생자인) 박정훈 대령이 끊임없이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박정훈 대령을 위해서 많은 시민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 이 힘이 주말에 촛불을 들고 모일 거라 생각한다”며 “박정훈 대령께서 희소식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힘차게 박 대령을 응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장은 “지금 세상이 너무나 혼란스럽다. 정말 우리 사회에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너무 많다. 지금 이 채상병 사건 누가 기억해주고 있나요? 또 박정훈 대령 군생활 30년 했는데 항명죄로 몰아가는데 그렇게 하면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충성하겠나”라며 “이 사건은 국군들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올바른 판결이 내려지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잘못된 선고가 내려진다면 군사법원 무용론 나올 수 있다. 올바른 판단을 군사법원이 내리길 청한다”며 “지금 채 상병 순직과 외압 관련은 제자리이다. 박 대령에게도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도대체 뭘 했다고 압수수색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법을 지킨 박정훈 대령은 무죄이고, 법을 어긴 악한 자들이 죄인이다”이라며 “그 악인들이 누구인지는 국민들이 누군지 다 알 것”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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