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규정이 불분명해"…'이송'이 '유통'에 해당하는가 등 쟁점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해양보호생물 큰돌고래를 허가 없이 제주도에서 거제도로 옮긴 사건 항소심에서도 돌고래 '이송'이 관련 법률상의 '유통'에 해당해 처벌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제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21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업체, B업체와 이들 업체 관계자 2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4월 24일 서귀포시 소재 A업체 수족관에 있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거제시 소재 B업체 수족관으로 허가 없이 이송해 유통·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으나, 검찰은 "해양생태계법 입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의 무죄 선고는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앞서 A업체는 돌고래쇼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큰돌고래 2마리를 B업체에 기증했는데, 큰돌고래가 해양보호생물임에도 해양수산부 허가를 받지 않고 이송한 점이 문제가 됐다.
해양생태계법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장관 허가 없이 해양보호생물을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보관·훼손해선 안 된다.
검찰은 큰돌고래 2마리를 다른 곳으로 '이송'한 행위가 이 조항의 '유통·보관'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기소했다. 애초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이 사안을 고발했던 해양환경단체가 항고해 재수사한 끝에 기소로 판단을 바꿨다.
1심 재판부는 "해양보호생물을 보호하고 다양성을 지키려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규정은 이에 맞지 않게 돼 있어 처벌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큰돌고래 '이송'을 '유통'이라고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 법규 해석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하며, 형벌 법규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장소적 이동을 전제로 하는 '이송' 행위를 '보관'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설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해도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불법이 아니라고 오인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송 전 해수부나 제주도와의 협의 과정에서 해양생태계법에 따른 허가 절차가 언급된 적도 없으며, 이송 이틀 후에야 해수부가 이 부분을 문제 삼았으나 제주도는 이를 피고인 회사에 알리지도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항소심에서도 트럭과 배로 큰돌고래를 제주에서 거제로 실어 나른 것이 '이송'인지, 이 행위가 '유통'에 해당하는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오 부장판사는 "1심에서는 법을 지엽적, 단편적으로 본 부분이 있다. 쟁점이 복잡하고 법이 불분명하다. 법률상의 '유통'이 무엇인지, 어떤 때 처벌하는지 등이 법에 정해져있지 않다"며 우선 공소사실을 보다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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