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박철우 라이즈위원회 재정성과평가분과 위원장(한국공학대 부총장)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2024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2차 컨퍼런스’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를 새로운 사업이 아닌 하나의 체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이즈는 지자체와 대학이 서로 역할을 해내 협력해야 하는 구조로, 체계적이고 조심스러운 기본 계획 설계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철우 위원장은 이날 서밋 세 번째 세션에서 ‘RISE 재정분석 및 성과관리’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박 부총장은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둔 라이즈 체계를 두고 준비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라이즈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우 위원장은 “중앙정부가 고등교육정책을 관리하다 지자체에 권한을 넘긴 이유는 지자체가 역할을 하는 것이 정책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대학은 라이즈를 체계가 아닌 사업 측면으로 보고 있어 중앙정부의 재원 지원 방식이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지자체의 역할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며 “라이즈를 바라보는 측면에서 모두가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대학뿐 아니라 지자체 역시도 라이즈 체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점을 꼬집었다. 그는 “라이즈를 통해 고등교육정책의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하는 이유는 지자체가 깔때기 역할을 해내고 오케스트라 지휘를 해달라는 의미를 가진다”며 “그걸 지자체가 이해를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이즈가 제2의 RIS 계획이 된다면 대학이 중앙 정부에 귀속돼 있다가 지방 정부에 귀속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즈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재정을 전달하는 주체만 바뀔 뿐 대학의 자율성과 중요성은 사라지고 예산만 쫓는 상황에 갇혀 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라이즈 체계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서는 정책 발표 이후 실천 과정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설계가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철우 위원장은 “라이즈는 지역의 현황을 잘 파악해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고 프로젝트의 세부 실천 계획을 단위별로 만드는 것”이라며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역으로 가면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고 서로 이해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략적인 프로젝트를 수립한 뒤 지자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여러 정책과 연계해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겠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필수적으로 담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라이즈는 대학에 돈을 나눠주고 대학의 결과를 다 모아 나열하는 방식의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에 RIS 등에서 해오던 방식”이라며 “지자체는 기업 유치 전략을 수립한 뒤 어느 지역에 어떤 기업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인원이 필요한지 대학에 알려주고 충분히 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17개 시도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반영된 기본 계획서가 안 만들어진 곳이 반 이상이며, 대학을 닦달해서 실적을 만드는 상황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철우 위원장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탄탄한 기본 계획서를 완성하는 요건으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율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부총장은 “지자체는 지역 내 산업 수요를 반영하고 정책과 연계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라이즈 관련 과를 만들고 지자체 내 여러 부서에 정책이 연계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교육부에서 핵심 평가 지표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것에만 집중하면 지자체의 자율성은 없어지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만 따라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목표 지표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책임 있게 실천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학이 30~40년 후 통폐합될 것”이라며 “학생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같이 학사관리 프로그램을 표준화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대학 간 협업 관계도 함께 구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철우 위원장은 “라이즈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지금은 처음 하다 보니 교육부도 서툴고 지자체도 서툰 측면이 있다”며 “‘나’ 위주로 생각하면 라이즈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해 지역 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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