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법원 ‘이의신청 기각’에 즉시 항고...“수험생 피해 양산할 것”

‘연세대 재시험 소송’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연세대 논술시험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연세대학교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유출 사건의 법정 공방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연세대학교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낸 이의신청이 기각당하자 즉시 항고하고 나섰다.

연세대 논술 시험 문제 유출 논란은 감독관의 실수로 시험지가 시험 시작 시각보다 일찍 배부되면서 발생했다.

감독관은 뒤늦게 시험지를 회수했으나 이 과정에서 수험생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 계열 시험 문제지와 인문 계열 시험의 연습 답안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시험 도중에 문항 오류도 발견돼 시험 시간도 연장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번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일부 수험생의 가처분 신청이 지난 15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에 다음달 13일 예고됐던 합격자 발표는 본안소송 판결 선고 시까지 중단된 상태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에 연세대는 이의를 신청했다. 연세대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향후 입시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최대한 신속히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절차적 이의신청을 제기했다”며 “연세대는 입시 일정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다수 수험생들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달 13일 예정된 합격자 발표 전까지 본안소송 판결이 선고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이날 해당 이의 신청마저 기각당하자 연세대는 즉시 항고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은 아직까지도 재시험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가 재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일인 다음달 13일 전에 재시험이 준비돼야 하는데, 학교 측은 이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논술시험 합격자 인원 261명을 정시 합격 인원으로 이월하는 ‘정시 이월’도 또 다른 선택지이나, 교육부는 전날 정시 이월에 대해 수험생들의 피해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내세웠다.

해당 논술시험에는 9666명이 응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시 지원은 6번만 가능해 정시로 합격자 인원이 이월될 경우 수험생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연세대 측은 공정성 침해를 이유로 재시험과 정시 이월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연세대의 항고 의사는 존중한다”면서도 대학별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일인 오는 12월 26일까지는 입시 혼란을 방지할 대안을 마련하라고 대학에 촉구했다.

교육부가 언급한 오는 12월 26일은 2025학년도 수시 전형 입시 절차의 마지막 날로 이후 12월 31일부터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면 수시 합격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인 김정선 변호사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합격자 발표일까지 시간만 끌겠다는 의도”라며 “시간만 끌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수시모집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며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세대는 논술 시험 당시 시험지를 찍어 인터넷에 공유한 수험생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15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논술시험 문제지 등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출한 작성자들의 신원을 확인해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