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저지하기 위해 시작된 동덕여대 시위가 열흘 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의 피해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학생회는 대학본부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운동장에서 거수투표까지 진행해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학생들의 모습을 본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남녀공학 전환에 관한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총학생회가 열렸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운동장에서 학생회칙상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학생총회를 소집했다. 총회에는 안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거나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인원수인 650여명을 넘긴 재학생 총 1941명이 참석했다.
재학생(6564명)의 약 30%가 이 자리에 나와 '동덕여대 공학 전환', '동덕여대 총장직선제' 안건을 표결했다. 재학생들은 원하는 항목 순서에 비표를 들어 거수투표를 하면 총학생회가 비표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총 투표수 1973표 중 공학 전환 찬성 0표, 반대 1971표, 기권 2표로 거의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동덕여대 총장직선제' 안건은 총 투표수 1933표 중 찬성 1932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공개 거수투표를 진행한 것에 있어 의결을 진행한 것에 대해 최현아 동덕여대 총 학생회장은 "우리 대학에서는 매년 학생총회를 할 때 비표를 주는 방식으로 공개 투표를 진행해 왔고 회칙상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 있다"며 "대학 본부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학생회장이나 과대표 선거, 찬반 투표를 진행할 때 정식 절차를 거쳐 투표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수투표를 본 타 대학교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예은 씨(28·여)는 "대학에서 과대표나 학생회장을 선거할 때도 투표소에 들어가서 선거를 하는 게 일반적인 투표 과정이라고 생각 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거수 형식으로 투표를 하는 것 그 자체가 비밀 투표에 반하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그 자리에서 내보일 수 있겠냐"며 "분위기에 휩쓸려 반대에 거수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서도 동덕여대의 사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수 방식으로 투표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에 놀라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모습에 우려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레딧 이용객 cookie-mouse씨는 "손을 들어 투표하는 것은 솔직히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며 "자신의 학교 캠퍼스를 파괴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을 때 더욱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투표하는 것이 너무 두려울 것이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외국 유학생들도 동덕여대 사태를 보고 놀라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들은 지나치게 위협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위와 운동장에서 진행된 투표 방식도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몽골인 항슈아 씨(20·남)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학교에 락카칠을 하며 저항하고 있는 방식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며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이런 투표 방식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 유학생 한나 씨(24·여)도 "공개된 장소에서 손을 들어 투표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뢰가 전혀 가지 않는다"며 "어제 진행한 투표에서 2명 빼고 모두가 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대했다는 거 자체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총학생회와 처장단의 면담 결과 남녀 공학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