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故이우영 작가 유족, 출판사 첫 고소…“저작권 침해”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5일 형설출판사 앞에서 불공정계약 규탄 및 ‘검정고무신’ 장례집회 기자회견을 진행해 팬아트를 태우는 영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큰 사랑을 받은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故(고) 이우영 작가의 유족이 출판사 측을 고소했다. 출판사가 작가와 협의 없이 무단으로 만화책을 재발간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21일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유족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서울 마포경찰서에 형설출판사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해당 고소장에는 2001년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배우자 이지현씨가 글을 쓴 만화책 ‘검정고무신의 실수특급’을 형설출판사가 2015년 무단으로 재발간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유족 측은 재발간 과정에서 원출판사는 물론 두 작가와도 협의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고소는 유족 측이 형설출판사에게 제기하는 첫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 2년간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는 모두 형설출판사가 이 작가를 상대로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당시 법관 정기 인사 등으로 재판이 지연되자 이 작가는 지난해 11월 “검정 고무신은 제 인생 전부이자 생명”이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이 작가의 유족과 출판사 측은 캐릭터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양측 간 사업권 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향후 형설출판사의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 측이 ‘검정고무신’ 캐릭터 창작물·광고물을 생산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특정 시점까지는 사업권 계약이 유효했다고 판단해 이 작가 측이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7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양측은 반발해 각각 항소했고, 이날 2심 2차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작가가 숨진 이후 제도 개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만화와 웹툰 분야의 표준 계약서가 새로 만들어졌으며 법률지원센터도 설립돼 체계적인 자문과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만화·웹툰계에서는 이 같은 조치들이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창작자 보호 등 관련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지만 콘텐츠 사업자들의 격렬한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