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민금융포럼’에서 “정책서민금융이 출시되면서 금융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서민금융제도의 문제점 중 하나로 ‘이자율의 딜레마’를 꼽았다. 정책서민금융 이자율이 과도하게 낮으면 민간서민금융 시장을 위축시켜 시장을 왜곡하고, 너무 높으면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아 정책서민금융으로서 의미를 상실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정책서민금융에서 제공하는 금리가 높게는 15.9%”라며 “이런 금리대에서는 오히려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는데, 이를 정책서민금융기관이 공급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이 높다는 점은 정책·민간을 가리지 않고 서민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18~2023년 정책금융상품 대출 규모 19조9171억원 가운데 약 10%인 1조9922억원이 연체됐다. 이 중 비교적 고금리 상품인 햇살론15, 소액생계비대출, 최저신용자특례보증(대위변제) 연체율은 각각 25.3%, 26.9%, 25.0%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도 잔액·연체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3조5628억원에서 지난해 11월 말 9조5712억원으로 168.6% 불었다. 그사이 연체율은 0.82%에서 2.51%로 1.69%포인트 상승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언급됐다. 현재 정책서민금융 상품은 10종류가 공급되고 있다. △근로자햇살론 △햇살론뱅크 △햇살론유스 △햇살론카드 등 이름이 비슷한 상품도 많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차이점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소비자를 위한 건지 정책적으로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어서 보기 좋게 하기 위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소비자들이 어떤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이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서민금융, 지방자치단체, 기타 금융기관과 연계해 서민층이 금융 지원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서민금융 정책 방향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이크로 파이낸스(소액 금융)를 통해 시장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민간을 주축으로 사회적 금융을 구축했고 운영 주체도 대부분 민간이 맡고 있다.
이 교수는 “서민금융진흥원은 다른 곳에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한계 계층에게 금융서비스나 복지 연계를 제공하는 기능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민간에서 마이크로 파이낸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간서민금융 기관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재무상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거나 서민금융 대출에 대한 건전성 등 감독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더해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갖추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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