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인디게임] K-게임 혁신 주도할 주인공으로 ‘부상’

[창간기획-인디게임] K-게임 혁신 주도할 주인공으로 ‘부상’

경향게임스 2024-11-21 14:32:33 신고

인디게임이 국내 게임업계의 차기 혁신을 이끌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이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참신하고 독창적인 재미를 보유한 인디게임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인디게임은 모바일 마켓의 개방, 크라우드 펀딩 및 스팀 플랫폼의 대중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자체적인 역량을 발전시켜 왔다. 대형 게임사들이 등한시해 왔던 장르나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관련 노하우를 쌓았고, 모바일 방치형 장르나 PC·콘솔 게임 쪽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3년 기준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모바일게임 시장의 경우 장르 획일화로 인한 피로도가 가속화되면서 이용자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PC・콘솔 시장 진출이 하나의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인디게임사들이 활약한 판이 만들어졌다. 경기 불황에도 대형 게임사들이 인디게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유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또 한 번의 도약 시기를 맞아, 인디게임사들이 특유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 자기객관화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디게임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고 관련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인디게임 지원 역시 이전보다 포괄적인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정부의 인디게임 지원 정책은 초창기 소규모 스타트업 대상에 국한돼 있어 장기적 성장을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게임사 역시 단순 투자 외에도 이용자와 인디게임사를 연결할 수 있는 생태계 확장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생적 발전의 역사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인디게임은 지금까지 두 번의 도약 기회를 맞아 내부적인 역량을 키워왔다. 첫 번째 기회는 모바일 앱마켓의 도입이다. 2000년대 말부터 아이폰 3gs 등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게임을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단숨에 확장된 것이다. 이때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개발자들이 주류 게임사로부터 독립해 1인 혹은 소규모 게임사를 만들고 다양한 장르의 타이틀을 출시하면서 인디게임씬의 성장이 본격화됐다.
 

▲모바일 앱마켓의 도입으로 국내 인디게임씬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인디게임 쪽에서 먼저 주도 했던 트렌드가 대규모 게임사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방치형 장르가 있다. 실제로 버프 스튜디오의 ‘마이 오아시스’나 아이들 상상공장(현 위메이드커넥트)의 ‘어비스리움’은 글로벌에서 수천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게임성을 입증했다. 방치형 장르에 RPG를 도입한 로드컴플릿의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2023년 기준 1억 1,5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다. 이 같은 성공 사례는 주류 게임사들이 자사 IP를 활용해 방치형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로 PC·콘솔 쪽 인디게임 씬은 2010년대 크라우드 펀딩과 스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혈이 뚫리기 시작했다. 인디게임 개발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개발비 확보와 홍보 부족이라는 측면을, 텀블벅 등 펀딩 사이트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스팀이라는 플랫폼으로 손쉽게 글로벌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되면서 저변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글로벌 누적 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한 국산 인디게임 ‘스컬’(제공=네오위즈)

여기에 인디개발사들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상업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탄생하게 됐다. 네오위즈와 손을 잡은 사우스포게임즈의 ‘스컬’은 국내 인디게임으로는 최초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했으며, 현재는 누적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팀호레이의 ‘던그리드’나 원더포션의 ‘산나비’와 같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타이틀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업계 주목도 ‘최고조’
현재 국내 게임 시장은 성장 둔화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2023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에서 62.9%로 급락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5.7%)보다도 낮다는 점에서 엔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활동의 재개 외에도 다른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다는 걸 시사한다. 재미있는 점은 게임 이용자들의 플랫폼별 이용률을 살펴보면, 비주류로 평가받던 콘솔게임 이용률이 역으로 17.9%에서 24.1%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출처=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

관련해 국내 주류 게임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때 성공의 정답지라 여겨지던 MMORPG의 경우 현재 전통의 인기작이라 평가받는 3~4개 작품 정도만 구글플레이 매출 최상위권에 남아있으며, 남은 자리를 전략, 퍼즐, 서브컬처 등 다양한 외산 캐주얼게임들이 대체했다. 장르의 획일화로 인한 피로감으로 국산 게임에서의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움직임이 올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디게임에 대한 투자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 지원에 앞장서 온 게임사들도 과거 어느 때보다 인디게임에 대한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입을 모은다. 희망스튜디오와 오랜지플래닛 등 여러 재단을 통해 인디게임사의 창작과 육성을 도와온 스마일게이트의 관계자는 “자사는 다양성과 독창성이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15년 동안 인디게임씬을 지원해 왔다”며 “이제는 다른 게임사에서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지스타에는 글로벌 플랫폼 스팀이 인디게임 쇼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사진=경향게임스)

퍼블리싱을 통해 다채로운 인디게임의 흥행을 이끈 네오위즈는 시장 내 다양성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인디 히트작들이 나오면서 업계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며 “게임사는 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텝업 위한 전략 및 조언
인디게임 역시 매년 출시되는 작품의 숫자가 폭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옥석가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창성과 자기객관화를 모두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해 네오위즈 관계자는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디게임을 발굴,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흥행 IP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타이틀에 집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뛰어난 내러티브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산나비(제공 ▲뛰어난 내러티브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한 산나비(제공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인디게임사가 이용자와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시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는 대형 게임사와 달리 인디게임은 객관적 평가를 받을 기회가 많지 않기에 자칫 ‘고인물’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경험이 축적되는 개발자와 일반 이용자의 작품에 대한 초기 이해도 격차는 매우 크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확률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마일게이트 측은 대형 게임사들이 인디 생태계 확장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인디 개발자를 위한 프로그램 ‘슬기로운 데모생활’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본인의 목적에 맞게 게임의 데모 버전을 동사의 플랫폼 ‘스토브’에 업로드하여 이용자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 참가자에게도 소액의 보상이 지급되기에 ‘스토브’에서는 인디 개발자와 이용자의 소통과 피드백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작품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 

▲스마일게이트는 인디게임 생태계 확장을 위해 슬기로운 데모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출처=공식 홈페이지)

한편, 인디게임씬의 성장과 맞물려 정부의 지원 정책도 포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정부 주도의 국내 인디게임 제작 지원 사업이 소규모 및 초기 스타트업에만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20~30명 규모로 성장한 인디게임사들이 중견기업으로 퀀텀점프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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