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 여부를 두고 여야 간 기싸움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연기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에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과세 유예안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이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는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한발 물러났지만 가상자산에 관해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관철시킬 것”
가상자산세는 지난 2020년 12월 도입돼 2021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유예됐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2024년 세법개정안’에 2년을 추가 유예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정부·여당은 ‘과세 체계 미비’를 이유로 들며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려면 유형과 업종별로 세분화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에 대해 “정부가 제안한 2년 유예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800만 투자자들과 청년과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정부여당 방침에 반대하며 과세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라며 “만약 우리 당이 과세 유예를 시도하면, 더 강한 공제 한도 250만 원인 원안을 시행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이유에 대해 “첫째,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둘째, 가상자산 특수성 상 현재 법제와 준비 상황으로는 형평성 있는 과세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많은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시행 주장에 대해 ‘관성적 반대’라고 지적하며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도 ‘동의’로 선회하지 않았나.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재산 2년 유예는 뜬금없이 갑자기 반대로 들고 나오나”라고 했다.
이어 “이런 문제는 경제는 경제만 생각하고, 국민만 생각하고, 투자자만 생각하고, 청년만 생각하자고 말씀드린다”라고 공개 촉구했다.
민주당 “유예 없이 5000만 원 공제”
반면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금투세에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금투세는 가상자산 과세와 같이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정부의 금투세 폐지 방침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이 주식시장 악화와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결단하면서, 금투세와 동일하게 기본공제 한도액을 설정한 가상자산 투자 과세도 유예 혹은 폐지돼야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상자산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과세와 금투세는 서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시장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까지 도입하면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아지지 않겠냐는 하는 우려들이 있었다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일종의 투기적 성격과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유예 대신 가상자산 매매 수익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는 대신 가상자산 ‘큰손’에게만 과세하기 위해 공제액을 올리는 회유책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을 오는 25일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에서 표결 처리하고, 다음날 26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공제 한도를 5천 만 원으로 상향해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도 “청년 세대 투자 보호 차원에서 공제 금액을 올려서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것에 민주당 기재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 5천 만 원 기준이 나온 것이고,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하며 조세소위에서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여야 원내대표 간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총선 당시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5천 만 원까지 상향한 공약을 내걸었으며, 기재위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이 22대 국회 들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과세, 정부 3차례 연기 추진…국회 조세소위원회 회의 연일 파행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가상자산 소득 과세’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 심사는 연일 연기되며 파행을 겪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14일과 15일 조세소위원회 회의를 열었으나 야당 기재위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됐었다.
조세소위에서는 이날 여야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합의에 이어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점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 등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이틀 연속 회의가 파행되면서 기존 세법 개정안 처리 목표였던 이달 30일 내에 세법 개정안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다.
국회법에 따라 이달 30일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 제안의 과세 유예안은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쳐져 내달 2일 결론이 난다.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 연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2% 세금이 부과된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입법과정에서 시행일을 2022년 1월1일로 규정했지만, 과세인프라 구축 미비를 이유로 올해부터 과세하기로 한 차례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과세 시행일을 내년 1월1일로 또 한 차례 연기했고,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 시행시기를 2027년도로 다시 2년 연기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총 세 차례 연기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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