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규제 강화시 외국기관 연합, 30대 기업 중 8개 기업 이사회 점령"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제(대주주 의결권 3% 제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30대 상장기업(공사 및 금융사 제외) 중 8개 기업(26.7%)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자 연합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 150개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상장사 이사회 구성 변화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난 14일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상장기업 중 16개 기업(16.0%)이 외국 기관 연합의 영향 아래 놓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 4개사(40.0%), 30대 기업 중 8개사(26.7%)가 이에 해당한다.

100대 기업 중 외국 기관 연합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16개 기업의 자산 규모는 총 596조 2000억 원으로, 이는 100대 기업 전체 자산(1690조 4000억 원)의 35.3%에 해당한다.

외국 기관 연합 측 이사가 이사회의 과반을 넘지는 않더라도, 전체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하는 기업도 다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사례는 10대 기업 중 2개사(20.0%), 30대 기업 중 6개사(20.0%), 100대 기업 중 20개사(20.0%)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기관 및 특수관계인의 이사 비율과 외국 기관 연합의 이사 비율이 대등하거나 비슷한 기업에서는 지분율 변화에 따라 외국 기관 연합이 이사회 지배권을 확보할 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외국 기관 연합이 최소 1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진출시킬 수 있는 기업은 30대 상장기업 중 28개사(93.3%)에 달했다.

10대 기업에서는 모든 기업(100.0%)이, 100대 기업에서는 84개사(84.0%)가 외국계 이사의 선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이번 규제 도입이 국부 유출과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분석 대상 기업 중 외국 기관 연합이 이사회 지배권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상장사 자산(4386조 1000억 원)의 13.6%(596조 2000억 원)에 이른다.

외국 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배당 확대나 핵심 자산 매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부 유출과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비용 증가로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외국 기관 연합이 이사회 내 지배력을 확대하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소진해야 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소수주주에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R&D 투자 자금이 축소되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 기업 가치 하락은 소수주주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는 국부 유출과 기업 경쟁력 약화, 기업 가치 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수주주의 피해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규제 강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