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경영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으로 내몰린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는다. 이에 국내 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 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LS그룹' 꼬리표(2탄)에 대해 살펴본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뒤 20여년간 재계 순위 16위까지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여 왔다.
그동안 꼬리표로 따라다닌 대표적인 논란으로는 '경영권 세습'이 꼽힌다. 1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경영 1세대는 물론, 이들의 장남들인 △구자홍 △구자열 △구자은 2세대가 차례대로 LS그룹 총수를 맡고 있다.
사촌경영 체제라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흔한 형제간 분쟁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됐다는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경영 2세대들이 9년씩 사이좋게 LS그룹 총수를 이어갔으나, 벌써 물밑에서 치열한 3세대 경쟁이 시작된 양상이기 때문이다.
경영권 세습 자체는 불법 행위 등이 아니지만, 사촌경영 체제에 따른 '아름다운 승계'를 강조해 온 LS그룹에게 앞으로의 3세대 경영권 분쟁은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왼쪽)과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오른쪽). ⓒ 연합뉴스
현재까지의 흐름대로라면 구자은 회장은 9년 임기를 마치는 2030년경 3세대 중 한 명에게 회장직을 물려줘야 한다. 아직은 먼 이야기 같아도 이미 3세대들은 경영수업을 받으며 총수에 올라서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다만 기존처럼 3세들이 회장직을 차례대로 맡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지분이 복잡해지고 결속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또 장자 승계 원칙 자체가 무너진 점도 한몫한다.
그동안 구동휘 LS MnM 대표는 차기 총수 후보로 거론돼 왔다. 구평회 전 E1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전 LS그룹 회장)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전통대로라면 구자홍 전 LS그룹 회장(구태회 전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의 장남 구본웅 씨가 차기 총수 자리에 올라야 하지만, 현재 그는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LS그룹 경영에서 멀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동휘 대표를 압박하듯 최근 구본규 LS전선 대표가 취임 2년6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3세 경영 본격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미 그는 LS일렉트릭과 LS엠트론 등을 거치며 글로벌 사업 일선에서 활약했고, 적자로 힘들어했던 LS엠트론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주목받은 상태였다.
이에 따라 구자은 회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음에도, 차기 총수 자리를 위한 몸집 키우기 전쟁이 벌써 시작됐다는 평가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2세 경영을 마지막으로 LS그룹이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구동휘 LS MnM 대표(왼쪽), 구본규 LS전선 대표(왼쪽). ⓒ LS그룹
이와 맞물린 논란은 '편법 승계 의혹'이다. 지난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RSU는 기업들이 현금으로 주는 성과급이나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수년 후 △근속 기간 △실적 등 가득조건 충족 시 주식 또는 주식+일부 현금을 주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다.
LS그룹은 작년 3월 RSU 제도를 도입하면서 지급 시점을 2026년 4월로 설정했다. 구자은 회장과 명노현 부회장이 각각 2만7340주, 1만1378주 상당의 보상을 도입 3년 후에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LS그룹은 돌연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도입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RSU 제도가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자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겠단 취지에서다. 이미 지급 결정된 사항은 유지하기로 했다. 금액은 2026년 4월 전환 시점의 주가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아름다운 승계'를 강조해 온 LS그룹이 전통을 이어간다면, 굳이 편법 승계를 우려해 제도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말 다른 의도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단기 성과 집착을 막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부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7일(현지시각) 자카르타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다른 꼬리표로는 '통행세 논란'이 꼽힌다.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LS그룹이 총수 일가 소유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발표를 내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LS그룹 총수 일가가 통행세 수취회사인 LS글로벌을 설립, 그룹 내 전선계열사의 주거래 품목인 전기동(전선 원재료) 거래에 LS글로벌을 끼워 넣고 중간 이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몰아줘 200억원 이상의 일감을 지원했다고 봤다.
또 LS전선이 해외 생산자 등으로부터 구매하던 수입 전기동도 LS글로벌을 통해 구매하며 통행세를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259억원을 부과했다. 반면 LS그룹 측은 반발해 소송을 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LS그룹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당초 LS그룹 계열사들이 공정위에서 부과받은 과징금 총액 약 259억원 중 약 70억3000여만원을 제외한 189억3000여만원이 취소된 것이다.
지난 7월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유지하면서 LS그룹은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다. 대법원은 "국산 전기동 거래와 수입 전기동 거래 모두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국산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 정상가격 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부분 과징금 납부 명령이 과도하게 산출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과징금은 대폭 줄었으나, 통행세 의혹 자체는 인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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