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가 지속됨에 따라 우리은행의 외환 손실 규모가 상반기(1~6월)에 비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달러부채도 늘어 건전성 악화도 예상된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2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1399.50원이다. 지난 13일 1401.10원까지 오른 후 1400원대 언저리에서 출렁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책 수혜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로 원/달러 환율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일주일 뒤인 지난 13일에는 장중 1410원을 넘어서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환율이 고공 행진함에 따라 우리은행의 외환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강달러 추세가 계속됐던 지난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외환거래 누적 손실이 가장 컸다.
외환거래 손익은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 발생한 환차손과 외한 트레이딩 손익 등을 더해 계산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외환거래 누적 순손실은 약 5942억원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683억원의 순손실을 봤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오히려 각각 1386억원, 1474억원의 이익을 냈다.
외환관련 손익 폭은 하반기 더 커질 전망이다.
우리은행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은행의 트레이딩 부문 외환리스크 소요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약 2968억 원에서 9월 말 약 3110억 원으로 증가했다. 외환리스크 소요자기자본은 바젤 III 표준방법에 따라 환율이 ±10% 변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은행이 유지해야 하는 최소 자기자본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30일 원/달러 환율인 1319.60원에서 10%(131.96원) 상승해 1451.56원이 될 경우, 우리은행의 트레이딩 부문에서 약 3110억 원의 손실 위험에 대비해 최소한의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강달러로 위험가중자산인 달러부채가 늘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일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산업위원회의 제41차 전체회의에서 “지금 환율로 12월이 지나면 각 금융사의 BIS 비율에 굉장한 부담이 간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회계방식을 다르게 평가한다. 외화자산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반면, 외화부채는 실시간 환율로 가치를 매긴다. 환율이 오르면 자산은 그대로지만 부채만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달러자산과 부채는 각각 416억달러, 442억달러다. 달러부채가 더 많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환율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는 헤지를 통해 관리를 하고 있다. 또한 환율 급등에 따라 월 1회 열리는 리스크관리 회의에서 유관부서 협의를 통하여 환율수준별 관리방안을 수립하여 대응 중”이라며 “연말부터 도입되는 스트레스완충자본에 대한 자본비율 관리도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주주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