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대상 수상작을 어떻게 알았을까?"
지스타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오전 0시. 한 매체가 올해 게임대상 수장작을 미리 확정 보도하면서 게임기자단은 크게 술렁였다. 특정 매체에 수상 사실이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게임대상 심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 커져서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 최대 게임 행사인 지스타 개막 전날 열리는 전야제 성격의 행사다. 그 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유일한 시상식이라 팬들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지스타 기간 내내 타 언론사들을 불편하게 했다. 게임 팬들도 대상작이 미리 알려졌다는 사실에 의아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 수상작 사전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심사 방식과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 발전 알린 지스타, 신뢰도 떨어뜨린 게임대상
1996년 처음 시작된 게임대상은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시상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게임대상은 그러나 심사위원이 누군지, 어떤 기준으로 뽑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유저들은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게임이용자협회에서 심사위원 명단 및 약력, 심사평정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서를 접수했다.
2023년부터 공개된 한국게임대상 심사 기준은 작품성, 창작성, 대중성 등 3가지로 나뉜다. 작품성은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 콘텐츠 균형, 프로그래밍 완성도, 레벨 디자인 등이다. 창작성은 신규 IP 개발 및 기존 IP 활용 범위, 참신한 콘셉트, 장르의 독창성이다. 대중성은 일간 이용자 수, 재이용 이용자 수, 판매량, 매출 규모 및 BM, 플랫폼 다양성 등이다.
심사 위원회 구성은 게임 산업 전문가, 학계 인사, 미디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되는데, 본상 심사 위원은 9명이다. 이들의 평가가 60% 비중을 차지하고, 대국민 투표(20%), 전문가 투표(20%)를 합산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얼핏 보면 정상적인 것 같지만, 이들의 심사 방식은 업계 내외에서 '비정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포커스 취재에 따르면, 수상작 선정은 시상식 하루 전날 진행된다. 후보작으로 선정된 게임사들은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10분 만에 게임의 우수성을 심사위원들에게 설명해야 하며, 이후 10분간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면 평가가 끝난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수년간의 노력이 10분 PT에 의해 평가된다는 것이다. 부담감이 클 뿐더러 작품성이 아닌 발표자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심사위원단 구성을 두고도 얘기가 나온다. 이들은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채 베일에 싸여있다. 혹시 모를 외부 압력을 막기 것으로 이해되지만, 오히려 익명성 뒤에 책임을 회피할 여지를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사위원들이 후보작을 실제로 플레이하지 않고 심사한다는 의혹도 있다. 현장 PT에 참여한 적 있다는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과연 게임을 플레이해봤을까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제 PT를 할 때 게임을 해보지 않고 심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권위 있는 국제 게임 시상식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심사위원 명단을 올리고, 명확한 기준과 평가표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심사위원이 수상작 선정에 책임을 지게 되고,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생긴다. 투명성이 높아져 심사 과정이 공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시상식 권위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 있다. 만약 외압이 걱정된다면 심사 전에는 익명으로 유지하다가 수상작 발표 후에는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도 있다.
실제로 권위 있는 국제 게임 시상식들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GOTY를 선정하는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는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로 심사위원이 구성된다. 이들은 작품성, 혁신성, 대중적 영향력을 중점으로 평가하는데, 중요한 건 실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 심사 기준과 명단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영국의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는 대중의 목소리에 기반해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최종 수상작은 100% 대중 투표로 결정된다. 말 그대로 '게이머들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같은 동양이자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자. 일본 게임 대상(Japan Game Awards)은 업계 전문가, 학계 인사, 언론인으로 심사위원단이 구성된다. 이들의 명단은 한국처럼 미공개지만, 심사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GOTY의 방식을 참고하는 등 투명성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심사위원이 직접 후보작을 플레이해보고 수상작을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준 탓에 늘 일관성 있는 심사를 한다는 평가다.
이들 시상식은 모두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모두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통한다. 수상 이후 논란이 된 적도 거의 없다.
흐르는 시대는 막지 못한다
게임은 문화이자 산업이다. 이를 평가하는 시상식 역시 그에 걸맞은 신뢰와 공정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대중 투표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게임대상이 이러한 숙제를 해결하고, 모든 후보작의 성취를 공정하게 조명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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