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사장단은 성명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관련 법안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많은 법학자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이 현행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이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사 충실의무를 모든 주주에게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에를 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모든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재계는 기업 경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해충돌을 계기로 주주들에게 소송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지배주주는 투자 여력 확보 등으로 회사의 이익을 장기간 유보하고자 하지만, 일반주주는 배당 확대나 당장의 이익 분배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주주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일반주주는 '이사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 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부회장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이라며 "성장 동력 발굴과 M&A(인수합병) 등 새로운 사업에 투자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규제 입법이 아닌 기업 지원을 통해 밸류업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 김 부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애로가 발생하면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주주 피해를 방지할 제도 마련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상법 개정이 아닌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물적 분할 또는 합병 등 일반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있을 경우는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종기가 났을 때 종기에 메스를 대고 치료해야지 팔다리 전체를 손을 대는 우는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처럼 결점 또는 흠을 고치기 위한 수단이 지나쳐 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에 대한 국회와 정부, 국민의 지지를 요청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16개 그룹의 사장단이 함께 공동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었다"며 "왜 이 시점에서 이렇게 16대 그룹의 사장들이 모여서 호소문을 낭독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한 번쯤 다들 돌아봐 주셨으면 하는 그런 간절함이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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