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상법 개정안 우려…"규제보다 경제 살리기 입법 필요해"

김창범(앞 줄 가운데)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과 주요 그룹 사장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경제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해당 법안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치권에 대해 기업 규제보다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 마련에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박승희 삼성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차동석 LG 사장 등 주요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한국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우려하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1.4%로 예상보다 낮았고, 올해도 2% 초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경제 상황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경제계는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 심리 회복을 위해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규제 입법보다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마련에 힘써 달라"며 "특히 상법개정안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을 부추길 수 있다"며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정부에는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 반도체, 2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과감한 규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김 부회장은 "각국이 첨단 산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를 놓치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 이사 선임 과정에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법인 기업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경제계는 이러한 상법 개정안이 '해외 투기 자본 먹튀 조장법'이라며 민주당 당론 추진 당시부터 우려를 표명해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상법 개정 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14일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8단체는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제계가 가장 반대하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특히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면 주주 소송 남발 우려가 커지고, 이사가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신속한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정주 한경협 팀장은 "재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지배구조 규제가 다시 나왔다"며 "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투자와 신산업 진출이 어려워지고, 일상적인 경영 판단도 지체되어 결국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