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넷플릭스 등 OTT의 공습에 IPTV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LG헬로비전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SK브로드밴드는 상장을 철회하는 등 주요 사업자들의 대응 전략이 엇갈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은 최근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만 50세 이상 직원 또는 근속연수 10년 이상인 직원이 대상이다. 같은 시기 홈 사업의 인프라 구축·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 '헬로커넥트N(앤)'을 설립했다.
이번에 세워진 헬로커넥트앤은 방송·인터넷 상품 설치, AS 철거, 상품 영업 등을 맡게 된다. 그간 LG헬로비전은 현장 인프라를 외주에 맡긴 터라 인력비 절감은 가능했어도 품질 면에 있어서는 리스크를 안은 채였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올초 "기업을 둘러싼 경기침체와 미디어 환경 변화 위기 속에서 더 이상 방송·통신 중심 기업 체질로는 생존할 수 없다"면서 "홈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속하고 알뜰폰과 렌털을 넘어 지역 신사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핵심 먹거리인 유료방송 매출이 꾸준히 우하향하자 인력은 감축하고, 홈 사업 품질은 올리면서 다방면에서 활로를 찾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25년까지 기업공개(IPO) 추진을 약속했으나 지난 13일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SK텔레콤은 악화된 유료방송 업황과 자사와의 시너지를 감안해, SK브로드밴드를 시장에 내놓기보다는 품에 안는 전략을 택했다.
SK브로드밴드의 사업은 IPTV와 케이블TV를 제공하는 미디어 사업 부문과 초고속 인터넷, 전화, 전용회선,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선통신 사업 부문으로 나뉘어진다. 이중 유선통신 사업 부문이 SK텔레콤의 사업과 직결돼 있다. SK브로드밴드가 관리하는 데이터센터가 SK텔레콤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태광그룹과 미래에셋그룹은 SK텔레콤에 SK브로드밴드 지분을 넘기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AI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계약이 T-B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 케이블TV에서 IPTV로, OTT에 밀리자 AI로
케이블TV가 주도하던 유료방송 시장은 케이블 망이 필요 없는 IPTV로 점차 이동했지만, 현재는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으로 IPTV 가입자마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106명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0.1%(3만7389명) 감소했다. 2015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OTT가 공개 인터넷을 통해 전송되는데다 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이 가능해, 케이블·위성·IPTV 등 폐쇄 네트워크로 전송되던 유료방송의 접근 제약을 넘었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주문형 시청(VOD) 방식도 OTT 코드커팅(Cord-cutting, 유선방송 서비스 해지) 현상의 주요 요인이다.
IPTV 사업자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규모는 다르지만 LG헬로비전, SK브로드밴드, KT 모두 AI를 도입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의 생성형 AI '에이닷'을 적용한 B tv로 콘텐츠 유목민을 겨냥한다. 콘텐츠에 대한 최적의 검색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LG헬로비전 모기업 LG유플러스도 자체 AI 기술 ‘익시' 기반 에이전트인 미디어 에이전트를 IPTV 서비스에 적용했다. KT는 세계 최초로 AI 셋톱박스 '지니'를 선보인 기업이다. 최근 업그레이드 버전인 '지니셋톱박스 4’는 셋톱박스 하나로 스마트홈 구현이 가능하다.
박찬승 LG유플러스 옴니버스 그룹장(상무)은 “미디어 에이전트가 당장의 수익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면서 “AI로 당장 IPTV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청 환경이 개선되면 코드커팅 현상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통해 시청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IPTV 이용자 이탈을 막겠다는 것이 현재 기업들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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