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후 안장지로 바티칸 아닌 로마 마조레 대성전 지정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해온 프란치스코 교황(87)이 교황의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했다.
교황청이 20일(현지시간) 발표한 교황 장례 개정 전례서에 따르면 교황은 시신을 안치하는 관의 수를 3개에서 1개로 줄였다.
역대 교황의 시신은 장례미사에서 사용한 사이프러스관을 아연으로 만든 관에 넣고, 이를 다시 참나무 관에 넣는 등 삼중으로 밀봉됐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삼중관 입관을 거부하고 아연으로 내부만 덧댄 소박한 목관 하나만을 선택했다.
사망 확인 절차인 교황의 선종 확인도 교황이 숨을 거둔 방이 아닌 개인 예배당에서 이뤄지고, 그 즉시 교황의 시신은 관에 안치된다.
또 다른 변화는 교황의 시신이 관에 안치된 채로 일반인 조문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경우에는 시신을 관에 안치하지 않고 허리 높이의 관대 위에 시신을 비스듬히 눕힌 상태로 일반인 조문이 이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자신의 장례에 대해 "품위 있으면서도 모든 그리스도인처럼 간소화된 예식을 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장례 예식을 단순화해야 한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황은 새로운 장례 규정을 통해 교황의 장례식이 이 세상의 권력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목회자이자 제자의 장례식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책 한권 분량에 달할 정도로 세세한 교황의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성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길을 따르겠다며 역대 교황 중 누구도 갖지 않았던 그 이름을 선택했다.
교황은 그 즉위명처럼 2013년 즉위 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세상과 교회의 중심으로 이끌기 위해 애썼다.
교황은 즉위 이래 역대 교황이 기거한 호화로운 사도궁 관저를 놔두고 교황청 사제들의 기숙사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카시오 시계를 착용하고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를 애용하는 등 특권과 권위주의와는 거리를 둬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자신의 바람에 따라 사후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교황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후 이탈리아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로마 4대 성전 가운데 하나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은 로마에서 성모 마리아에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사목 방문 전후에 늘 이 성당을 방문해 성모에게 기도하고 은총을 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제외한 전임 교황 265명 중 148명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됐다.
나중에 이장된 교황을 제외하면 현재는 총 91명의 교황이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 잠들어 있다.
역대 교황들은 초기 기독교를 이끈 초대 교황인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와 가까이 머물기 위해 그의 무덤이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정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는 비오 5세, 식스투스 5세, 클레멘스 13세, 바오로 5세, 클레멘스 9세 등 전임 교황 5명이 안장돼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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