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풍양조는 막걸리만 만드는 곳이 아니라 고객들이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막걸리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추구한다."
강화도에서 100년 된 양조장인 '금풍양조'. 1931년 이전 일제 강점기 지어진 양조장인 금풍양조는 강화도 전통주의 역사다. 3대를 이어오고 있는 금풍양조는 2021년 90년을 맞이해 '농업회사법인 금풍양조 주식회사'를 재설립해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5일 방문한 금풍양조장은 일반적인 양조장과 달리 체험을 하기 위해 모인 고객들을 먼저 볼 수 있었다. 4종의 전통주를 시음해 보고, 직접 막걸리를 담가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 다양한 기업들과 금풍양조 협업한 화장품, 액세서리 제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 = 추민선 기자
"단순히 막걸리를 파는 곳이 아닌 콘텐츠를 파는 양조장"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는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태석 금풍양조장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3대째 이곳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고장을 대표하는 막걸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1931년부터 이어진 금풍양조장은 지난 2022년 10월 인천시 등록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양 대표는 "저희 할아버지가 온수리에서 정미소를 크게 하면서 금풍양조장을 인수하셨다. 할아버지의 지인인 김학재라는 할아버님이 금풍양조장 창업주였고, 그분한테 인수했다. 정미소를 운영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쌀과 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다 보니 술 사업까지 시작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집안의 막걸아들이던 양 대표가 처음부터 가업을 잇는 것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양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여년 간 마케팅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여기에 막걸리 산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양 대표의 아버지 역시 2011년부터는 양조장을 다른 사업자에게 임대해 금풍양조장에서는 한동안 막걸리가 아닌 다른 방식의 전통주가 생산되기도 했다.
어느 날 강화를 방문한 양 대표는 낡은 양조장에 현대적인 마케팅과 경영 전략을 접목,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했다.
양 대표는 "금풍양조장을 살펴보면서 단순히 술만 빚어 내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풍양조장 전경. = 추민선 기자
양 대표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막걸리에 대한 연구와 시설 리뉴얼이었다. 식품공학을 전공했던 양 대표는 막걸리 제조에 대한 지식이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전문 교육 기관에 다니고 컨설팅도 받았다. 이를 통해 100년 양조장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전통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조상들이 쌀과 물, 누룩만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무농약 쌀과 무감미료 사용을 방침으로 정했다.
또한 소량 생산을 하는 대신 고급화 전략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양 대표는 "금풍양조는 기업 간 거래를 하지 않는다. 오시는 분들에게만 판매하는데 한달에 2500병에서 3000병 판매하고 있다. 모두 판매가 완료된다"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제품의 품질 유지와 직접 손으로 모든 공정을 해야 하는 직원들을 생각해 (생산량)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금풍양조장의 새 정체성을 갖춰나가면서도 누구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했다.
1층 공간은 사무실·생산실과 함께 막걸리 상품을 둘러보거나 시음할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나무 계단으로 이어진 2층은 옛 방식으로 밀가루를 말리던 장소를 그대로 살려 100년 역사를 간직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층 전시 공간은 금풍양조장의 역사와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했다.
실제 양 대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막걸리와 메이커스의 합성어인 마커스 프로그램이다.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막걸리 밀키트를 이용해서 셀프로 막걸리를 만들어 보는 셀프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금풍양조장의 역사와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흔적으로 가득한 2층 목조 공간. = 추민선 기자
품질 좋은 막걸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더해 매출도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양 대표에 따르면 양 대표가 양조장을 이어받은 첫해인 2021년 6개월만에 6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2억3000만원, 2023년에는 3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무난히 4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막걸리 체험 인원도 매월 증가하고 있다. 작년 기준 막걸리 체험 인원을 월평균 150명 정도였으나, 올해는 200명을 넘기고 있다.
양 대표는 "막걸리 체험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어 매년 체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기업과 지체와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간 30건이 넘는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화도 최고의 축제인 진달래 축제 시기에는 인근 상점들과 협업해서 진달래 막걸리를 만든다. 인근 책방에서는 진달래 꽃 시집 필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카페에서는 진달래청 에이드를 판매하는 식으로 협업해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금풍 양조는 지역 소상공인들과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양 대표는 금풍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과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금풍양조장은 지난 8일 싱가포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아키라백(Akira Back)과 손잡고 싱가포르 최초의 막걸리 디너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한국 전통주 세계화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이번 행사는 금풍양조장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로,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한 한국의 막걸리를 세계에 소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디너는 싱가포르 메리어트호텔 아키라백 레스토랑에서 진행됐으며, 금풍양조장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활용한 다양한 한국 다이닝 메뉴를 페어링해 구성됐다. 레스토랑의 세련된 요리 철학과 금풍양조장의 깊이 있는 전통이 어우러지며, 싱가포르 현지 미식가와 문화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금풍양조장의 마스코트 금풍이. = 추민선 기자
행사에 참석한 싱가포르의 주요 미식 전문가들은 금풍양조장의 막걸리를 "한국 전통주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현지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금풍양조장은 이번 싱가포르 막걸리 디너를 시작으로, 전통주의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별 특화된 페어링 메뉴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한국 전통주와 문화의 매력을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이번 행사는 단순한 막걸리 디너를 넘어, 한국 전통주가 세계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전통주의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