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무기명 투표서 조례 폐지 55명 찬성…교육감 재의 요구 무산
직전 도의회 제정 조례 3년 만에 폐지 확정…"교육의 정치 중립성 훼손"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재의를 요구한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이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지원 조례 폐지로 결정되자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됐다"며 조례 폐지안 찬성에 대거 표를 던진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을 비판했다.
박 교육감은 20일 경남도의회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안에 대한 재의 표결이 찬성으로 가결된 직후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 관련한 조례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비교육적이고, 교육의 정치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육 문제가 당론으로 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특정 정당이 당론으로 정했다"며 "(교육의 정치 중립성 훼손 문제를) 전국에 알리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며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 중앙당도 이런 입장인지, 민주당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다"며 "내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 지역과 마을을 살리는 교육의 가장 큰 버팀목이 통째로 잘려 나가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고 거듭 성토했다.
앞서 경남도의회는 이날 열린 제419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이 조례 폐지안 재의안건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62명이 무기명으로 투표에 참여해 55명이 찬성(반대 5명, 기권 2명)해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재의 표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상정 안건이 의결된다.
지난달 15일 제418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조례정비특위가 넘긴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안을 가결 처리했을 때보다 찬성표가 더 늘었다.
당시에는 재석의원 62명 중 찬성 46명, 반대 5명, 기권 11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이날 재의 표결이 찬성 가결됨으로써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는 제정 3년 만에 폐지가 확정됐다.
박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 한상현(비례) 도의원이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나,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인 도의회를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박 교육감은 재의 요구에 대해 "지역과 교육이, 마을과 학교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정책적 흐름이다"며 "경남도만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사회적 가치에서 소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의 요구 기간에 도내 18개 시군을 순회하며 2천여명의 도민을 만나 '마을교육공동체는 학교 교육과정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게 하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상현 의원도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엄마로 해당 조례안은 정말 필요하다"며 강조했다.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안 재의 표결이 진행된 이날 도의회 앞에서는 해당 조례와 관련한 시민단체들의 찬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는 2021년 7월 직전 11대 도의회가 제정했다.
이 조례는 학교·마을·교육청·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연대·협력을 통해 학생을 함께 키우는 공동체를 마을교육공동체로 규정하면서 경남교육감이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행복마을학교 설치, 교육협동조합 지원 등에 예산을 쓸 수 있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도의회가 마을교육공동체 조례를 폐지하려 하자 정치 중립성 확보, 정치적 성향 용어 수정·삭제, 마을배움터 지자체 이관, 모니터단 구성 등 쇄신안을 약속했으나 도의회는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이 사업이 마을강사 선정 등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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