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본부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생총회를 열고 99.9%의 압도적 비율로 남녀공학 전환 반대와 총장직선제 도입을 공식 의견으로 정해 학교에 전달하기로 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20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칙상 최고의결기구인 학생총회를 열고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안건에 대해 찬성 0표, 반대 1971표, 기권 2표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학생총회에는 재학생(휴학생·졸업생 제외) 6564명 중 1973명이 참여했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본부가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정말 대표성을 갖느냐며 계속해서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학생들의 의견을 객관적 지표로 전달하고자 총회를 열었다"며 "2000명 가까운 학생들이 모였는데도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갖거나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의견을 수용하겠단 건지 의문"이라고 총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 또한 안건으로 상정해 참석자 1933명중 찬성 1932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총장직선제 도입을 의결했다. 총학생회는 남녀공학 전환을 비롯해 학교본부의 일방적인 학사구조 개편, 교원 부족, 시설 노후화 등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생들이 직접 총장을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이미 학생총회를 열고 총장직선제 도입을 공식 의견으로 정했으나 학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우리의 행동을 그저 폭동이라 부르는 시선 속에서도 민주동덕이 꽃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학교본부는 오늘의 결과를 절대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는 내일 오전 11시 처장단을 만나 학생총회 결과를 전달할 에정이다.
학교는 학생총회 의결 수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학교로 직접 학생총회 결과가 통지된 게 아니기 때문에 내일 있을 처장단 면담 등에서 결과를 직접 통지받고 난 뒤 수용 여부를 정할 것"이라며 "전체 재학생 참여가 아니었고, 자리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해 학생총회 결과를 참조하겠다"고 전했다.
학생총회 결과와 별개로 학교본부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으니 즉시 중단하라는 등 강경한 태도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동덕여대 학장단과 교수 236명, 전체 교직원 등은 학생총회 전날과 당일 각각 성명서를 내고 학생들에게 △ 수업 거부 강요 즉시 철회 △ 학교 시설 점거 및 훼손 중단 △사회적 문제 비화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 동덕여대 학생들은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모임 '동덕SETP'을 꾸리고 피해 사례를 수집해 공론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도 학교본부와 같은 시각으로 동덕여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을 비난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20일 서울시의회 제327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동덕여대 피해 지원 여부에 대해 "폭력적 행태를 정당화하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근 뉴스에 보도된 락카칠 사태'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어떤 형태의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본부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해 지난 11일부터 열흘째 학교 본관 점거와 수업거부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는 지난 9월 학사제도 개편을 위해 설립한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학교 발전방안 중 하나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에 대한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검토했으며, 지난 5일 각 단과대 교수들의 논의를 거쳐 해당 사안을 포함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학교는 해당 논의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이었기 때문에 학생들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실제로는 수년 전부터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공연예술대학 학장은 지난 11일 학생들과의 임원 간담회에서 "교수나 학교 단위에서는 우리 대학이 처해있는 교육환경과 미래지표들이 좋지 않은 것에 대비하기 위한 고민이 쭉 있어 왔다"며 "우리(공연예대)들은 학문의 특성 때문에 여학생들로만 작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등의 불편함을 쭉 이야기해왔었고, 교수들은 단과대만이라도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자는 이야기를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고 설명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과 타 여대생 등 여대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함께 남녀공학 전환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덕여대 졸업생들은 "언니들 이러려고 돈 벌었다. 기죽지마 후배들아"라는 문구와 함께 학교 규탄하는 트럭시위를 진행했으며, 수백 장의 졸업장을 교내에 부착하기도 했다.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동덕여대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소멸할지언정_개방하지않는다'는 해시태그를 달아 여대가 필요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편, 시위 첫날 학교 측의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서울 종암경찰서는 20일부터 다음날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종암서 소속 경찰관들은 학생들에게 "여러분들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도 낳고 육아도 하실 분들이…"라며 성차별적 발언을 해 학생들의 분노를 키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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