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지난 13일 야 5당이 탄핵연대를 출범한데 이어 20일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하며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특검 폐기론'이 나오면서 이제 직접적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탄핵의 전 단계로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집중해 왔으나 이번에 특검법이 폐기될 경우 탄핵 열차에 탑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8명이 탄핵에 동조해야 한다는 것은 걸림돌이다.
조국혁신당, 尹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 "정권종식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野5당 의원 41명, 탄핵연대 출범 "尹, 헌법정신 부정"
조국혁신당은 20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초안에는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어떤 헌법, 법률 위반 사안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초안에 담긴 탄핵 사유는 모두 15가지이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기소 관여 행위, 명품백 수수 논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채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시도, 명태균 국정농단 게이트 등이 포함됐다.
또한 혁신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남용, 당무개입,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등을 직권남용 탄핵 사유로 들었다.
조국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초안은 2년 반 동안 쌓인 윤 대통령의 위헌, 위법 행위에 대한 국민의 울분을 차곡차곡 담은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조기종식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혁신당은 국민과 함께 소추안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한 공감대 형성에 매진하겠다"며 "완결된 소추안이 만들어지고 국회 발의되고 의결 거칠 때까지 좌고우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야권의 탄핵 움직임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5당 의원들이 13일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연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탄핵연대에는 민주당 27명, 조국혁신당 9명, 진보당 3명,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각 1명 등 국회의원 41명이 이름을 올렸다. 공동대표는 민주당 박수현 의원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맡았다.
탄핵연대는 선언문에서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헌법 69조에 따라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했다"며 "그러나 법조인 출신 윤 대통령은 헌법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지난 임기 2년 6개월 동안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고,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채상병 순직과 수사 외압의 진실은 밝히지 않았다"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국정농단으로 국민 분노를 잠재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연대는 대통령 탄핵을 위해 탄핵 의결 정족수 200명 확보·김건희 여사 특검법 통과 추진·탄핵 후 사회 대개혁 준비 등 세 가지 사항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김건희 특검, 안되면 버리자...윤석열 퇴진으로 수위 올려야"
이철희 "尹, 대국민담화로 탄핵의 문 열어"
민주당 안팎에서도 대통령 탄핵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자 투쟁 수위를 윤 대통령 퇴진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현재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건희 특검'에 대해 "안되는 것은 버리자"며 "지금은 우리가 모두 단결해서 같이 윤석열 퇴진을 하자"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28일 특검을 이 사람들이(국민의힘) 해줄 것 같냐"며 "저는 안된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동훈은 이미 국민 뜻대로 민심 편에 서서 조금 옳은 소리하다가 역시 제가 처음에 예측했던 대로 덜 익은 땡감으로 낙과될 것 같다"며 "지금 한동훈은 윤석열, 김건희 눈치도 보고 또 국민 눈치도 보고 '간동훈'이 돼버린 것이다. 간만 보고 다니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떻게 거기에서 가결이 된다고 보겠느냐. 저는 안 되는 것은 버리자"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과 재야 시민단체 합치자 해서 거기에서 윤석열 퇴진운동으로 넘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70~80%의 국민이 '김건희 특검'을 찬성하고 있고 58~60%의 국민들이 윤석열 탄핵, 즉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강한 투쟁밖에 없다. 역풍이나 방탄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려면 시민단체나 조국혁신당과 함께 뭉쳐야 한다"며 "뭉치는 계기는 수위를 하나 올려서 퇴진으로 가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바 있는 이철희 전 의원은 15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담화가 대통령 탄핵의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의원은 "탄핵의 문이 있다고 치면 이 문은 안에서 잠그게 돼 있다. 대통령이 안에서 문을 주로 열어줘야 탄핵의 문이 열리는데,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이 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면서 탄핵의 문의 열쇠는 연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법 주력하던 민주 지도부, 탄핵 열차 탑승할까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먼저 외치기 보다는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탄핵 여론을 만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또 대통령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객관적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특검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탄핵 열차 에 탑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위증교사 혐의는 유죄로 생각하고 대비를 해왔을 텐데 판결이 이렇게 나왔고, 대법원 선고가 1년 안에 날 것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을 위한 움직임이 가팔라질 것"이라며 "특검이 안 되더라도 2년 임기 단축 개헌이나 탄핵 열차가 정식 출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외 최대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도 19일 성명에서 "이제 민주당이 행동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혁신회의는 "국민은 상식으로 판단한다.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70~80%의 국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는 60%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며 "민주당이 강력한 투쟁의 선봉에 서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요구를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배종호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은 15일 폴리뉴스에 "민주당이 이제 장외집회에서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할 것 같다"며 "기존에는 특검 결과를 통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탄핵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조기 탄핵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을 섣불리 꺼냈다가 보수층의 역결집을 부를 수 있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정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철희 전 의원은 앞서 방송 인터뷰에서 "이 판단(탄핵)은 주권자인 대통령을 만든 사람, 주권자인 국민"이라며 "그러면 그 결정을 번복할 때는 주권자들이 움직이게 해줘야 한다. 정당은 주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끔 옆에서 거들어주고 참고자료들을 계속 제시하는 것이지, '나를 따르라'는 방식으로는 잘 안 따라올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당부했다.
與, 혁신당 尹탄핵안에 "정치적 선동에 불과"
한동훈 "내가 있는 한 우리 대통령 탄핵당할 일은 없을 것"
야권이 대통령 탄핵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으나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에서 8표가 이탈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분위기를 볼 때는 탄핵 이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조국혁신당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초안 공개에 "그저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탄핵소추안에 담긴 항목과 세부사항들은 정치적 의견을 법적 사유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다"며 "오로지 대통령을 비난하고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각종 추측과 과장된 해석만 무성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조국혁신당은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국민을 위한 성숙하고 책임있는 정치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탄핵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국 대표는 정권 흔들기에 골몰하기 전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길 바란다"며 "본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겸허히 기다리고 반성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윤-한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힘 내 친한계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5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사석에서 편한 자리에서는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내가 있는 한 우리 대통령이 탄핵 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제가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현재 당 대표가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알잖나"라면서도 "그 한동훈이 '이것 만큼은 반드시 막겠다' 하면 그 점에 있어서는 정말 똘똘 단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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